정부-공공기관의 각종 안전 관련 기준치, 신뢰도 하락…전문가들 "관리 편의 위주 기준치 믿지 마라" 권고
이처럼 많은 국민들이 정부나 공공기관 등에서 제시한 각종 안전 관련 '기준치'를 신뢰하면서 식품ㆍ소비재 등에 대한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각종 환경ㆍ방사능 오염 문제 등이 심해지면서 성역처럼 여겨졌던 '기준치'의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식품 안전 당국 등에서 정한 '기준치'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관리'를 위해 동물 시험 등을 거쳐 설정해 놓은 최소한의 수치일 뿐 결코 '사람들에게 안전하다'는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강화된 세슘 오염 기준치에 대해 여전히 소비자ㆍ전문가들은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들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 30만여명이 가입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은 지난해 초 자체 논의 끝에 유통 식품류에 대한 세슘 검출 기준치를 를 정부 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어른 8, 영유아 4㏃로 강화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 단체인 핵전쟁방지를위한의사회(IPPNW)가 권고한 안전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여 적용하고 있는 독일 방사선방호위원회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한살림 관계자는 "일본 방사능 오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방사능 오염 기준치가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우리가 나름대로 기준치를 정하자는 의견이 많이 나와서 지역 조합 및 전문가들의 토론회, 간담회 등을 통해 정하게 됐다"며 "여러 가지 자료와 각 나라별 안전 실험 결과 등을 참조했다"고 말했다. 유기농 농산물 유통 등 관련 소비자 단체들도 한살림과 마찬가지로 정부 기준보다 대폭 강화된 방사능 기준치를 정해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준치가 너무 높게 설정돼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1980년대부터 미국은 35㎍/㎥, 캐나다 30㎍/㎥, 호주 25㎍/㎥, 일본 15㎍/㎥ 이하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은 연평균 ㎥당 10㎍이다.
이처럼 '기준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것은 정부 및 관련 기관의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사람의 안전보다는 공무원 및 해당 업계의 업무 편의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관련 전문가 및 사회적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정부 당국이나 기관들이 기준치 이하이니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방사능 오염 식품에 대한 기준치를 원자력ㆍ방사능 전문가들이 주도해 정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준치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와 시민들이 소외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기준치 결정 과정의 객관성,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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