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에 대한 빗발치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은 지난 주말에도 지루한 공방만 이어갔다. 공화당의 대여 투쟁을 지휘하고 있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6일(현지시간) 오전 ABC 방송의 시사프로그램 '디스위크'에 출연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채무가 늘어난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부채상한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베이너 의장은 또 "공은 오바마 대통령의 코트에 넘어가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언제든지 전화해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그는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며 백악관을 압박했다.
베이너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공화당 지도부의 기류가 강경하게 선회했음을 의미한다. 지난 3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들은 베이너 의장이 동료 공화당 의원들에게 "디폴트는 막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문제는 민주당에 맡겨 표결로 해결할 생각이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백악관과 민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같은 방송에 출연했던 민주당 중진인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즉각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협상하라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미 수차례 "예산안이나 부채 협상을 볼모로 한 어떤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미 정치권의 재정 관련 협상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이날 CNN와 NBC 등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미국이 제때 채무를 갚지 못하면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부도 사태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국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하루에 500억∼600억달러의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미국 정부가 보유한 현금은 300억달러 정도로 오는 17일이면 모두 바닥난다"고 밝혔다. 특히 루 장관은 공화당을 겨냥해 "의회는 (국가 채무를 두고) 불장난을 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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