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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대리점주의 취중진담.."지원금 까이고 신고 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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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안 쓰면 이통사 요구 판매목표 불가능
이통사 직원들, 폰파라치 악용해 용돈벌이도

휴대폰 대리점주의 취중진담.."지원금 까이고 신고 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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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폰을 팔고도 통신사에서 주는 정책지원금 제대로 받기 힘들어. 그거 받으려면 내 돈으로라도 지원금 써서 팔아야 하는데…"

지난 27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진표(가명)씨는 오랜만의 통화에 이같이 하소연했다. 2년 전 대리점 개점 후 즐거워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였다.
오후 7시. 김씨를 만나기 위해 교대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퇴근길 인파에 뒤섞여 홍대입구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김씨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를 처음 만난 건 2010년. 전자제품을 만드는 한 중소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김씨는 그 회사의 대리로, 나를 여러모로 도와주다 지금까지 연을 이어왔다.

도중에 길이 엇갈려 김씨를 만나고 나니 시계바늘은 이미 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도 가게 뒷정리하고 이제 막 도착했어." 반갑다며 웃는 그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변 고깃집에 자리를 잡자 김씨가 대뜸 질문을 던졌다.

"우리 매장이 월 평균 몇 대 파는 줄 알아? 많이 잡으면 2000대야. 근데 통신사에서는 우리 매장 판매 목표를 항상 2300대 이상으로 잡아. 문제는 목표만큼 못 팔면 줘야할 지원금도 차감해버린다는 거지. 그게 우리 월소득이라는 거 알잖아"
메뉴를 읽으며 알쏭달쏭한 얘기를 계속 이어갔다. "폰 팔고 지원금 제대로 받으려면 통신사가 설정한 목표만큼은 내 돈을 써서라도 팔아야 해. 무리하게 보조금 얹고 비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밖에 없는 거야." 말을 듣고 있으니 보조금 경쟁이 왜 과열될 수 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김씨는 고기와 함께 소주와 맥주를 주문해 폭탄주를 만들어 돌렸다. 중간중간 들리는 한숨 소리와 함께 목에는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근데 통신사 일부 직원들은 이걸 악용해. 보조금 지급 현황 모니터링 하다 많이 지급된다 싶으면 직원이 폰을 사서 신고하더라고. 심지어 직원들끼리 폰파라치 월 수입 얼마였다고 자랑까지 한다더라."

폰파라치는 불ㆍ편법 휴대폰 유통을 막기 위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와 이통사가 운영하는 '이동전화 파파라치' 제도다.

테이블 위에 밑반찬이 놓여지고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고기 익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문득 김씨가 이전에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돈 한푼 안들이고 대리점 사장들끼리 매년 2회 꼬박꼬박 해외여행을 가고,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열리면 2주씩 해외에 나가기도 한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있으면 크게 한번씩 보내줘. LG나 팬택은 일년에 한번씩 해외여행을 시켜주지. 숙박에 골프에, 여행 한번 가면 인당 300만원 이상씩은 쓸걸?"

통신사와 직원들에 대한 토론이 이어진 지 한시간만에 담화의 주제는 제조사로 옮겨가고 있었다. "폰이 잘 팔려야 먹고 사니 제조사도 어쩔 수 없지. 우리가 뭐부터 파느냐에 따라 제조사 매출이 좌우되잖아." 김씨도 어느새 제조사에 대접받는 일이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한창 신세한탄을 쏟아내다 대접받는 얘길 하는 그가 한편으론 밉살맞기도 했다. 표정을 읽었는지 김씨는 머쓱한 듯 이야기를 멈추고 물을 들이켰다.

시간을 보니 어느덧 밤 11시가 돼가고 있었다. 간단히 작별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 오르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겉으론 그냥 폰팔이인데 그 속에는 많은 애환이 있구나…'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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