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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수, ‘연기의 고수’가 되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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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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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세상이 변하지 않으니 내가 변할 수밖에 없더라.”

고수가 달라졌다. 사슴 같던 눈망울도, 늘 변함없을 것 같았던 건실한 청년의 모습도 지워버렸다. 그는 최근 종영한 ‘황금의 제국’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기관차처럼 욕망을 향해 내달렸다. 혹자는 장태주(고수 분)를 응원했고, 누군가는 질타했다. 환경이 그를 야욕에 눈멀게 했고, 세상이 그의 깨끗한 마음을 멍들게 했다.

‘황금의 제국’ 마지막회에서 장태주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살인을 저지르고, 사랑하는 여인 윤설희(장신영 분)에게 누명까지 씌우며 악마가 됐던 그는 결국 벼랑 끝에서 사랑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폭주하던 태주를 막기 위해 설희가 그의 살인죄를 폭로한 것. 오히려 설희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태주는 끝까지 ‘나쁜 놈’으로 남지는 않았다. 그는 모든 죄를 자백하고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그렇게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고수의 열연은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강렬하게 남았다. 무엇보다 그는 광기가 느껴지는 싸늘한 눈빛과 용암같이 끓어오르는 분노 연기를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웃는 모습이 해맑던 ‘순수 청년’ 고수는 온데 간데 없었다. 야망으로 가득찬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며 긴장감을 선사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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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신도시 개발, IMF, 카드대란, 세계금융위기 등 한국 경제사 20년을 관통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대기업을 차지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암투가 인상적인 드라마였다.

극중 “아이고~”라는 대사가 유독 많았던 고수. 이는 극중 장태주의 말버릇이기도 한데, 특유의 말투에 시청자들이 중독될 정도였다.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난 고수는 이를 비롯해 ‘황금의 제국’과 관련된 몇 가지 얘기를 털어놨다.

“태주의 ‘아이고’는 여러가지 의미를 품고 있죠. 많을 때는 한 신에 서너 번 나오니까요. 요즘엔 실제로도 입에 배서 뭐하면 쉽게 ‘아이고~’가 나오는 편이에요.”(웃음)
‘황금의 제국’이 기존 드라마와 달랐던 점은 선인과 악인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표면적으로는 악인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 특징. 그럼에도 불구, 공감대를 형성하고 큰 인기를 얻었다는 것에 깊은 의미가 있다. 고수 역시 이를 인정하면서 ‘현실적 캐릭터’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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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은 묘한 분위기가 있어요. 보통 드라마에 익숙한 분들은 누구를 따라 가야할지 헷갈릴 수 있죠. 보통은 주인공들을 봐도 악역, 선역이 정해져있는데 ‘황금의 제국’ 속 사람들은 선과 악 두 면을 가지고 있어요. 인물들이 모두 저 사람을 응원하다가 욕을 하고, 장태주 역시 선한 모습도 있고 악한 모습도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황금의 제국’ 속 인물들은 현실의 사람과 흡사한 캐릭터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선한 면과 악한 면이 공존하기 때문. 고수는 “인물의 성격이 단면적이지 않아서 현실을 구경하는 느낌들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중 태주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겪었고, 아버지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선(善)을 지켜왔던 인물. 하지만 그는 점점 변했고, 결국엔 자신의 사업을 위해 강제진압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태주 입장에서는 정말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그것만큼은 하지 말자고 결심했는데 이성을 잃고 만 거죠. 그의 내면에 추악함이 드러나는 장면이니까 특별히 신경 써서 연기했고요.”

고수가 장태주를 연기하며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드라마 안에 나타나는 시간의 변화. 극중 20년 정도의 흐름이 있는 만큼 인물에 대한 외적인 변화나 감정의 변화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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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표현하고 준비하는 게 재밌었어요. 늘 태주가 황금의 주인이 될까 저 스스로도 고민하고 궁금해 하면서 촬영했거든요. 항상 연기하면서 태주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너무 연기를 잘해서일까. 장태주와 고수의 공통점이 있냐는 질문도 꽤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태주와 닮은 점은 단 한군데도 없단다. 사실 고수는 느긋한 성격의 낙천주의자다.

“전 좋은 게 좋은 거고 마음 편한 게 좋아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건 기본적으로 부모님에게 받은 성격과 가정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저도 배우가 되기 전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도 자기 꿈을 위해서 방황하고 그런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 건 누구에게나 오는 거니까 특별히 예전에 힘들었던 일들을 기억하며 사는 편은 아니에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던 고수. 그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배우다. 무리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지만 뒤쳐지거나 멈추지도 않는다. ‘미남 배우’의 틀을 깨고 나와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에 오른 고수가 앞으로 보여줄 연기에 대중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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