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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국세청이 부정부패에서 벗어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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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최근 '청렴실천 결의대회'를 열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내부 결의와 함께 그 뜻을 외부에 알리고자 함이다. 뜻대로 될까.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5월에도 '공정세정을 위한 자정 결의대회'를 했었다. 겨우 1년 조금 더 지났을 뿐이다. 얼마나 다급했던지 이번에는 100대 기업 임원들과 사적인 만남을 금하며, 감찰반을 만들고, 서약서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국세청의 각오가 대단하다는 의미지만 뒤집어 보면 부정부패가 심각하다는 얘기도 된다.

통상적으로 세무공무원 부조리 하면 말단 하위직의 '생계형' 부조리를 연상했다. 그런데 이젠 고위직의 '축재형' 부조리가 자주 발생한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하위직이 청렴한 반면 고위직은 부정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가 딱 이 수준이다.
사실 고위직의 경우 공무원 월급만으로도 웬만한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다. 청렴하게 공직 생활을 한 뒤 전문성을 살려 세무사 업무 또는 기업 자문이나 강의를 하면서 노후를 멋지게 보낼 수 있다. 비록 일부이긴 해도 높은 자리나 힘깨나 쓰는 보직을 얻은 후 왜 부정부패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개인적인 치부 욕심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고위직 공무원일수록 정치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본다. 정치는 기업에 대한 통제를 통해 정치자금과 후원을 받아 정권을 유지하려 든다. 그리고 기업으로선 정치를 이용하여 부를 축적하려 든다. 국세청 고위 간부 중 검찰 수사를 받은 상당수가 정치권의 자금 조달과 관련되어 있음이 이를 입증한다.

정치가 기업을 통제하는 수단 중 하나가 세무조사다. 그 세무조사를 국세청이 맡고 있고 정치는 인사권 행사를 통해 국세청을 조정한다. 이것이 바로 정치권과 기업, 국세청이 서로 얽혀드는 구조다. 그래서 정치권은 자기 사람을 국세청 고위직에 심으려고 한다. 국세청 고위 간부의 절대 다수가 최고 통치자 및 집권 여당의 지지 기반과 관련이 깊은 특정 지역 출신인 것도 이런 점과 무관하지 않다. 서로 말이 통하는 국세청 고위직을 통해 기업을 적절히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작용한 결과다.
이들이 은밀한 곳에서 만나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건배를 하는 순간 국세청 조직까지 부정부패의 올무에 걸려들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국세청을 부패한 정치세력으로부터 격리해야 한다. 국세청장이 청와대나 정치권의 부당한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성실한 납세자만 바라보고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주위 환경을 정리해 주어야 한다.

대통령은 국세청장을 '내 사람 심기' 차원이 아니라 납세자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국가세입 조달에 능력이 있는 자 중에서 임명해야 한다. 정치권과 국세청 사이에 적정한 긴장감이 필요하다. 그래야 부정부패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내성과 내공이 생긴다. 국세청은 탈세한 재벌기업이나 정치권에 대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세법 규정대로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공정세정 구현에 헌신하기보다는 정치권에 빌붙어 자리 보전과 자신의 영화나 꾀하는 자를 가려내 조직에서 격리시켜야 한다. 100대 기업 임원들과 사적인 만남을 금하는 것 못지않게 부패한 정치권과의 만남도 차단할 필요가 있다.

국세청 업무는 고도로 전문화된 전문가의 영역이다. 정치가 발붙일 공간이 없는 게 정상적이다. 국세청이 정치로부터 멀어지지 않는 이상 부정부패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부패구조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장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유혹에 '우리는 남이다'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국세청 안에 그런 인물이 없다면 과감하게 외부에서 영입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정권도 살고 나라도 산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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