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국내 철강 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의 반덤핑 조사 대상인 현대하이스코, 동부제철, 세아제강 등의 9개사들은 향후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7일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상무부의 반덤핑 조사 착수 여부를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ITC의 이번 결정은 상무부가 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에 따라 반덤핑관세 또는 상계관세를 매길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이들 기업은 유정용 강관의 98.5%를 미국에 수출하는 만큼 대미 수출 전선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는 원유, 천연가스, 셰일가스 등의 에너지 개발에 사용되는 유정용 강관이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유정용 강관 미국 수출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연간 11만t에 불과하던 대미 유정용 강관 수출 규모는 2010년 54만t으로 다섯배나 증가했다. 당시 미국이 중국산 강관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하면서 중국산 강관 수출이 줄어든 대신 한국산 강관 수출이 늘었던 것이다. 이후 2011년 59만t, 2012년에는 78만t(8억3100만달러)까지 늘었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대미 유정용 강관 수출 규모는 미국이 수입한 전체 물량의 23%를 차지하며 국가별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하이스코는 반덤핑 조사에 대한 최종 결정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당장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최대 수출시장인 만큼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눈치다. 하이스코는 연간 15만t 정도(약 1500억원)를 미국에 수출한다. 회사 관계자는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대응책이 없다"며"향후 절차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아제강 측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12만t(1200억원)의 유정용 강관을 미국에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제철은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일단 조사가 1년 정도 소화되는 만큼 신중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내수 건설경기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대미 송유관ㆍ유정용 강관 수출비중을 확대했다"며 "반덤핑 이슈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관련 업체의 동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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