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미팅 때마다 습관처럼 마시는 아메리카노에 질려버린 고단한 직장인에게.
#초등학교 때 엄마 몰래 사먹던 500원짜리 딸기맛 슬러시가 그리운 피터팬에게.
◆한줄느낌
#새콤달콤한 청량감, 그러나 과일음료치곤 그 무엇도 씹히지 않는 가벼움.
톨사이즈(355ml)기준 5600원.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엄마, 나 500원만.." "어디다 쓰게?" "학교 앞 문방구에서 슬러시 팔기 시작했는데 애들이 줄서서 먹어." "그거 다 불량품이야, 엄마가 집에서 토마토주스 갈아줄게." "싫어싫어~!"
이후에는 여지없이 '찰싹!' 하는 소리가 나며 등짝에는 빨간 엄마 손자국이 남았다. 초등학교 시절 이맘때가 되면 항상 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300원~500원짜리 하는 슬러시를 팔았다. 종이컵에는 300원, 이보다 조금 더 큰 컵에는 500원이었다. 슥슥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오렌지맛, 콜라맛, 딸기맛 슬러시는 또래들한테는 환상의 음료였지만 부모님에게는 불량식품에 불과했다. 십수년이 지났지만 가끔 그때 마음껏 먹지 못했던 슬러시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스타벅스에서 그런 맛을 찾게 될 줄은..몰랐다.
주문해 받아들자마자 쭉 들이켠 한 모금은 상쾌 그 자체다. 딸기의 달달함과 레몬의 신맛이 곱게 갈린 얼음과 어우러져 청량감과 개운함을 더했다. 그러나 다섯 모금 째부터 학교 앞 슬러시가 생각이 난다. 얼음과 음료 층이 분리되면서 처음에 받아들었던 곱디 고운 분홍빛깔은 어느새 시럽색으로 변해있었다.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과일음료라는데 왜 씹히는 게 없지?'라는 생각이 들 때쯤 음료 아랫부분을 유심히 살펴봤다. 없다. 딸기를 갈아 만들었다면 바닥에 가라앉은 딸기씨가 보일법한데 까만 딸기씨는 좀체 보이지 않았다. 5600원짜리 과일음료가 아니라 슬러시를 마신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과일음료라고 해서, 가격이 웬만한 점심값에 준한다고 해서 정말 밥 대신 먹을 생각이라면 조용히 소매 끝을 잡고 싶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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