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다시쓰는 갑을관계]작은 바퀴 굴러야 큰 바퀴도 돈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민간전문가·유통상인연합회회장, 경제정책 新패러다임을 논하다

[다시쓰는 갑을관계]작은 바퀴 굴러야 큰 바퀴도 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유통팀]2013년 상반기는 포스코 라면상무, 남양유업 욕설파문 등으로 촉발된 '갑을관계'가 최대 이슈였다. '갑'의 횡포에 우는 '을'들의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면서 동반성장과 상생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치권은 '을'의 위치에 있는 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 중에 있고 대기업들도 협력사 및 중소기업 등과 관계 재정립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강자인 갑을 중심으로 '윈윈 파트너십', 즉 함께 파이를 키워 함께 나누는 파트너십 마인드를 분명히 해야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갑을 관계 개선을 위해 연세대 경영대학 오세조 교수,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 등의 가상대담을 구성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6월 임시국회에 관련 법안들이 상정돼 있는 관계로 노대래 위원장이 언급했던 내용을 토대로 엮어봤다.

인태연 회장: 요즘 갑을관계가 이슈지요. 갑자기 터졌다기 보다는 그 동안 관행적으로 진행 돼 왔던 것이 곪아 터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세조 교수 : 갑을관계는 통상 거래상의 강자와 약자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힘의 논리에 의해 지나치게 고착화되면, 강자인 갑은 힘의 불균형 속에서 늘 자기 방식대로 계약을 체결하고 역할 분담을 합니다. 일방적인 의사소통으로 약자의 의견을 차단시키고 자사의 과다한 목표 달성을 위해 밀어내기나 경영 간섭, 거래선 바꾸기 위협 등을 하게 될수 밖에 없습니다.

이병훈 교수 : 맞습니다. 우리 사회의 경제구조 자체는 불균등한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불균등한 거래질서가 있다보니 불공정한 거래에서 갑의 횡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또 갑들의 경제 외적인 횡포들은 우리사회에서 배어있는 권위주의라던가 수직적인 주종관계 약자에 대해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익뿐만 아니라 함부로 대해도 된다라는 안좋은 문화가 같이 중첩돼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인태연 회장 : 박정희 정권시절 수출주도의 경제, 수출 위주의 대기업 지원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다 보니 갑위주의 정책과 법과 제도가 굳어져 온 것도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몇몇 대기업들의 성장이 내수시장을 이끈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재벌들의 이익을 편들어주는 경제정책이 큰 문제였죠.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경제현실은 몇몇 대기업의 성장으로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양극화시대에 처해 있습니다. 즉 갑을 관계의 새로운 구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겁니다. 경쟁과 효율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계약관계가 '권력관계'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쟁과 효율이 아니라 협동과 분배의 사회적분위기로 전환돼야 하는데 말이지요.

오 교수 :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제조업 중심의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도매업이 소매와 제조의 중간상 역할을 하면서 효율성을 꾀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유통구조가 근간이 돼있어요.결국 수출주도형 대기업 중심의 유통구조와 대규모 소매 중심의 유통구조가 혼재돼 있어 이에 따른 힘 겨루기와 비효율성이 상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교수 : 시장거래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대등한 권력을 갖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론과 현실이 동떨어져있습니다. 대등한 권력으로 거래를 하기 보다 독점, 대기업으로 힘이 쏠리다보니 갑을관계, 경제민주화 얘기가 제기되는 것이지요. 정부가 대기업위주의 성장정책을 해오고, 민주화된 이후에는 정부가 컨트롤할 수 없는 만큼 대기업에 크다 보니 그들은 이미 시장내에서 점유하고 있는 일을 갖고 수익 극대화 차원에서 사슬에 엮여있는 을에 대해 횡포를 부린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를 나타내는 것이 사회 양극화현상인 것이죠. 이로 인해 갑을의 갈등표출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인 회장 : 정치권의 경쟁적인 관련법안 발의와 관련, 갑과 을이 상생이 아닌 지나친 갑 죽이기로 제3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 교수 : 갑을관계에 있어 법의 규제가 갑 측에게 무리하게 적용되면, 갑은 갑을 관계의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나 배려보다는 규제에 맞추는 데 급급하게 되며, 그에 따라 을과의 진정한 결속 보다는 형식적인 접근이나 위축된 활동을 할 수 밖에 없게됩니다. 을의 입장을 너무 지나치게 강화시키면, 갑이 불필요하게 자원을 낭비하거나 파트너 선택의 폭이 좁아지면서 관계를 통한 전반적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 교수 : 오 교수님 말씀처럼 시장거래에서 갑의 위치나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대기업들을 범죄시하고 죄인 다루듯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본보기를 보이면서 잘못된 갑의 행태를 바로잡자는 취지지, 갑을관계 속에 을에 대해 수익 남기고 배려하는 일명 '착한' 갑을 매도하거나 문제삼는 건 아닌 것이지요. 좋은 갑이 오히려 나쁜 갑때문에 손해보고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나쁜' 갑에 대해 뿌리뽑고 기업들을 공정거래로 이끌어내는 차원의 개혁으로 경제민주화를 이해해야지 경제민주화가 마치 기업 모두를 잡는 방식으로 정부 정치권에서 얘기를 몰아가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인 회장 : 저는 약간 생각이 다릅니다. 공정한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그것을 갑죽이기로 이야기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는 상도덕도, 윤리도, 생명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 아닙니까. 지나치게 대기업에 유리하게 되어 있는 법적 사회적 구조를 좀 더 공정한 구조로 바꿔보자는 것이고 그것이 경제민주화라고 봅니다.

오 교수 : 인 회장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럼 이제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얘기를 해 보도록 하시죠.

인 회장 :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으로부터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 동안 수직적 권력관계의 관행구조를 수평적 협력관계(파트너쉽) 구조로 바꾸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선행되야 합니다.

이 교수 : 말씀하신대로 시장 내에서 공정한 거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제도나 정부 정책 조치가 선행되야 한다는데 공감합니다. 정부가 그동안 유사한 말들을 많이 해왔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 정책이나 제도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고 있었음을 알았지 않습니까. 형식적으로 존재할 뿐이지 실질적으로 약자들을 지켜주고 불공정거래를 시정할 수 있는 역할들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시장에서의 불공정 거래를 예방하거나 사후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기구가 공정거래위원회인데,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특히 대통령이 공정위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공정위 강화하는 제도적 개선과 더불어 기존에 했던 공정위가 적극적인 역할 할 수 있게끔 환골탈퇴하듯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오 교수 : 당사자들의 마인드도 중요하겠지요. 강자인 갑을 중심으로 윈윈 파트너십 즉 함께 파이를 키워 함께 나누는 파트너십 마인드를 분명히 해야합니다. 이를 위해 파트너인 을의 선택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해야 하며, 거래 파트너와의 계약은 공정한 절차와 쌍방 합의 하에 이뤄져야 하고, 필요시 정부에서 표준계약서 작성을 권유하거나 강제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입니다.

노대래 위원장 : 갑을 관계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별 사안 위주의 접근보다는 제도개선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권 차원의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 개정 등을 통해 강력한 대책을 추진하겠습니다.



유통팀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방문증 대신 주차위반 스티커 붙였다"…입주민이 경비원 폭행 전치 4주 축구판에 들어온 아이돌 문화…손흥민·이강인 팬들 자리 찜 논란 식물원 아닙니다…축하 화분으로 가득 찬 국회

    #국내이슈

  • 머스크 끌어안던 악동 유튜버, 유럽서 '금배지' 달았다 휴가갔다 실종된 '간헐적 단식' 창시자, 결국 숨진채 발견 100세 된 '디데이' 참전용사, 96살 신부와 결혼…"전쟁 종식을 위하여"

    #해외이슈

  • [포토] 조국혁신당 창당 100일 기념식 [포토] '더위엔 역시 나무 그늘이지' [포토] 6월인데 도로는 벌써 '이글이글'

    #포토PICK

  • 경차 모닝도 GT라인 추가…연식변경 출시 기아, 美서 텔루라이드 46만대 리콜…"시트모터 화재 우려"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그곳]세계문화유산 등재 노리는 日 '사도광산' [뉴스속 인물]"정치는 우리 역할 아니다" 美·中 사이에 낀 ASML 신임 수장 [뉴스속 용어]고국 온 백제의 미소, ‘금동관음보살 입상’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