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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쓴 '강심장'은 12%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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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 사용자는 8배 늘었지만 민간기업에서는 여전히 눈치 봐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 중견기업 6년차 여성 직장인 박 모(33)씨는 출산휴가 3개월 후 곧바로 복직했다. 당연히 육아휴직을 하고 갓 태어난 아기를 직접 양육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재무팀에서 일해 왔던 박 씨가 출산으로 휴가를 쓰자마자 회사는 비서실로 소속을 옮겨 버렸기 때문이다. 박 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아이돌보미를 고용했고 다시 원래 부서 자리로 되돌아가기 위해 재무관련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 중소기업 10년차 여성 이 모(37)씨는 출산이 임박한 최근에도 쉴 틈 없이 일하고 있다. 회사가 대체 인력을 구하지 않아 휴가일정이 계속 지연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회사 측은 이 씨에게 육아휴직을 6개월만 쓰라고 요구하며 휴직기간을 더 늘리면 그만둬야 한다는 압력까지 행사했다. 이 씨는 늦게 가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도 없고, 오랫동안 일해 온 직장에 환멸까지 느껴 육아휴직 후엔 직장을 그만 둘 작정이다.

여전히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권리조차 마음껏 행사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직장맘들의 현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은 12%에 그쳤다. 평균 휴직 기간도 7.9개월로 법정 보장 기간인 1년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최근 안전행정부는 지난 10년간 행정부와 지자체 공직자들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공무원이 8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공직자는 2004년 1829명에서 2012년 1만4147명으로 늘어났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2011년 공공부문 육아휴직 제도 활용도는 89%에 달했다. 이처럼 일ㆍ가정 양립 제도 활용에서 공공과 민간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가 조사한 민간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직장문화 및 분위기상 눈치가 보여서'라는 응답이 30.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의 대다수가 육아휴직 등에 대해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정작 '적극 실시하겠다"는 기업은 30%에 불과하다는 여가부의 조사결과와도 맞물리는 내용이다.

이렇게 부진한 민간의 가족친화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가족친화경영의 성과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확대 ▲가족친화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등을 제안하고 있다. 조성은 한국건강가정진흥원 가족친화지원센터 본부장은 "외국은 가족친화정책이 근로자와 기업으로부터의 요구에 의해 시작됐지만 우리나라는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로 정부로부터 주도되고 있다"며 "공공기관, 대기업, 중소기업을 세부적으로 구분해 가족친화정책을 관리, 적용하고 가족친화 기업의 홍보를 강화하며 구직자에게는 관련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짜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ㆍ다문화정책센터장 역시 "가족친화경영에 대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도 확산노력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기업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기는 가족친화기업의 경영성과인데, 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실증자료를 축적해 나가 홍보하면서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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