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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은밀하게 위대하게', 김수현의 영화? 천만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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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은밀하게 위대하게', 김수현의 영화? 천만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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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100만 독자를 웃기고 울린 웹툰이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화려한 캐스팅과 원작의 힘으로 제작단계부터 큰 관심을 끌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가 2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휴먼 드라마와 액션이 조화롭게 버무려져 있었다. 초반에는 코믹한 요소들이 대거 포진해 있고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를 향해 달려갈 때는 액션이 더욱 강조됐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북한의 남파특수공작 5446부대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국통일이라는 원대한 사명을 안고 남파된 그들이 맡은 임무는 어처구니없게도 달동네 바보, 가수 지망생, 고등학생이다. 내려는 왔는데, 특별한 전달 명령도 없이 시간은 흘러만 간다.

제작진은 무려 4개월 간 전국 60여 곳에 달하는 달동네를 샅샅이 뒤진 끝에 인천 십정동이라는 마을을 섭외했다. 이 마을은 좁은 골목길과 오밀조밀 모인 집들이 웹툰 속 그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도시에서 유일하게 온기가 남아있는 달동네와 차가운 도시 모습이 대비되길 바랬다"는 장철수 감독의 말처럼 세 명의 간첩이 머물고 있는 동네는 따스함이 절로 묻어나오는 공간이었다.

바보 동구를 친아들만큼 챙기는 슈퍼 주인 아주머니, 한밤중에 울며 찾아와 "형을 찾아달라"며 소세지를 건네는 어린 아이를 비롯해 섹시미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월셋방 아가씨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달동네를 채우고 있었다. 모두 한결같이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길러진' 공화국 혁명 전사를 연기하기 위해 배우들은 오랜 시간 몸을 만들며 캐릭터에 대한 준비를 했다. 액션 못지않게 중요했던 것은 억양과 말투. 간첩 소재의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사투리 구사는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이들은 오랫동안 남한말을 사용하도록 훈련 받은 설정으로 약간의 사투리만을 구사해 현실감을 높였다.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좋았다. '꽃미남 3인방' 김수현과 박기웅, 이현우는 풋풋하면서도 실제 친구들 같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많은 이들은 김수현의 연기에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고 보니 김수현보다는 박기웅과 이현우의 재발견이 더욱 놀라웠다.

바보로 위장해야 하는 원류환을 연기한 김수현은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등장해 연신 싱글벙글 웃어대고 자주 넘어지고, 비틀거리고 어눌하게 말한다. 그간의 역할들에 비해 색다른 모습이 처음에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이후 다소 식상해지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였다. 그러나 화끈하게 드러낸 복근에서는 그간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영화에서 상의 탈의는 물론 여자 속옷을 입은 채 과감한 노출 연기를 선보인다. 여성 관객을 겨냥한 확실한 팬서비스였다.

반면 박기웅은 기대 이상이었다. 김수현의 빛에 다소 가려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같은 우려는 기우일 뿐이었다. 노랑머리에 기타를 들고 등장한 박기웅은 남한으로 내려오자마자 오디션에 참가하며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사투리는 물론 쿨한 면모 속에 감춰져 있는 캐릭터의 인간미를 훌륭하게 그려내 감동을 전했다.

이현우 역시 앳된 소년의 모습에서 탈피, 훈훈한 청년으로 여심 공략에 나섰다. 귀여우면서도 남자다운 매력을 두루 갖춘 그는 군 복무 중인 유승호의 빈자리에 허전함을 느꼈던 관객들을 대리만족 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연기파 배우 손현주, 고창석, 장광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젊은 배우들의 향연 속에서 극이 흔들리지 않도록 강한 무게감을 실어줬다. 특히 손현주는 얼굴에 깊은 상처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 때마다 특수 분장을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했지만 군소리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는 조국을 위해 살고 죽는 냉철한 인물 김태원으로 완벽히 변신해 눈길을 끌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연출한 장철수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큰 죄악은 관객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다행히 이번 영화는 감독을 죄인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 같다. 개봉은 오는 6월 5일.



유수경 기자 uu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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