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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는 사람들]정릉 1동 '꿈터 어린이 도서관'..김미희, 김은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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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서울 정릉1동 '꿈터 어린이도서관'을 10년째 운영중인 김미희(왼쪽), 김은하(오른쪽) 공동대표.

서울 정릉1동 '꿈터 어린이도서관'을 10년째 운영중인 김미희(왼쪽), 김은하(오른쪽)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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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정릉 1동 경남아파트 상가 2층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 바로 '꿈터 어린이 도서관'이다. 규모는 열평 남짓이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자 김미희(사진 왼쪽), 김은하씨(오른쪽)는 자신들을 '도서관 엄마'라고 소개한다.

두 사람은 도서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사이좋은 자매처럼 10년째 이곳에서 도서관을 이끌어왔다. 실내는 그저 아늑한 가정집처럼 거실과 작은 방, 부엌으로 나뉘어져 있다. 거실엔 여럿이 둘러 앉을 탁자가 두개 겹쳐 있어 마치 사랑방에 와 있는 듯 하다.
다른게 있다면 벽면마다 가득한 인문서적과 아이들 동화책이다. 방 한 구석에는 아이들 책가방이 여럿 놓여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학원엘 가기전에 집에 들르지 않고 이곳에다 짐을 푼 것이다. 아이들의 부모는 주로 맞벌이 부부다. 그런 까닭에 낮동안 도서관 엄마 두사람이 잠시 부모 역할을 한다. 김미희 대표는 "그저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이웃의 자녀들여서 물건도 맡아주고, 숙제도 봐주고, 함께 책도 읽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아주 오래전에 시작됐다. 도서관을 열기 전 독서교육원 동기로 만난 사이다. 이후 수년동안 풀뿌리 단체 등에서 독서어머니모임 자원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대학에도 함께 다니면서 도서관 운영의 꿈을 키웠다. 드디어 2004년 의기투합, 이곳에 도서관을 열었다.

본래 건물주는 환갑에 넘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 유아교육과에 다닐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하는 할머니였다. 상가 2층에 도서관을 열고 싶다고 하자 월세 없이 보증금 일부만 받고 임대를 내줬다. 몇해 전 할머니는 아들에게 임대료를 올려받지 말라는 유언을 하고 눈을 감았다. 그 아들도 임대료를 받지 않으려해서 '양심비용'만 내고 있다.
처음 도서관은 집에서 가져온 책과 주변 사람에게서 기증받은 1500여권으로 꾸렸다. 김미희 대표는 "아이들 교육에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마을 사랑방으로 시작했다"며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토론하고 함께 공부하는 것이 즐거워 오랫동안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도서관에서는 유치원 자녀를 둔 엄마들과 '책읽기 엄마 모임', 여성 독서모임, '옛 이야기 할머니 모임', 어린이 독서토론회 등의 독서동아리를 운영중이다.

이와 별도로 두 사람은 지역 아동돌봄시설 내 도서관 운영, 함께 하는 독서멘토링, 성북교육지원청 '찾아가는 그림책 친구'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경비는 독서모임 참가자들이 내는 회비로 충당한다. 교육청 등에서 실시하는 독서관련 지원사업, 도서관 운영 컨설팅 등을 하기는 하지만 수익이 되진 않는다.

두 사람은 도서관 개관 초기 책을 통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수녀원, 교회 마당, 아파트 단지 등에서 '책 잔치'나 '책 전시회' 등의 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그 때마다 '책장사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김은하 대표는 "여성독서모임 '여심발光'을 하는 동안 여러 엄마들이 새롭게 자립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여심발光 회원은 여덟명이다. 회원 중에는 책 읽고 토론하고 대화하면서 재활하거나 재취업해서 나간 경우도 여럿 있다. 그 중에는 다시 사회활동을 하고 싶어도 자신 없어 하던 회원들이 독서 자원봉사자로 나서기도 하고, 지역돌봄 프로그램에서 일하기도 한다.

도서관은 그저 책만 읽은 곳은 아니다. 처음 도서관을 시작할 때 이곳에 왔던 아이들은 군대에 가거나 대학엘 다닌다. 몇몇은 이곳에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나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학생도 있다. 이제 이곳에 들르는 아이들은 고학년이 저학년을 챙기고, 아이들끼리 자연스럽게 책 토론이나 숙제를 한다.

이처럼 도서관은 아이들은 물론 지역민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두 사람은 "여기는 그저 책을 매개로 한 작은 지역 생활공동체"라며 "지금껏 지역주민과 더불어 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지역민들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기증하거나 가져온다. 도서관 내의 책장, TV, 책상, 탁자, 책 및 기자재 등 모든 물건이 기증받은 것들이다. 심지어는 내부 인테리어 마저 주변 사람이 거저 해주다시피 했다.

두 사람은 아이들에게 여러 계획안을 짜주거나 토론도 해준다. 도서관은 지역내 다른 기관들과 연계,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인근 태권도장, 수녀원, 교회, 교육청 등에서 '책놀이'를 하기도 하고, 유아멘토링을 실시하기도 한다. 김은하 대표는 "좋은 책을 어린이 가까이에 있게 하며,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활동의 목표"라고 말했다. 지금껏 시작할 때 그 목표가 흔들린 적 없다고 한다. 더 나이가 먹으면 옛 이야기 할머니가 돼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일을 하고 싶은 게 희망이다.

김은하 대표는 "돈이 벌리는 일은 아니지만 지역공동체 내에서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얘기를 나누는 동안 정말 그들은 밝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책이 있어 행복한 그들에게 몇가지 아쉬움이 있다. 각종 지원이나 다른 문화센터 운영 등의 기회가 '도서관 관련 학위나 자격증' 있는 사람들에게 한정돼 있는 점이다. 스스로 비용을 내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인건비 일부라도 지원한다든지 폐기되는 마을문고 운영 위탁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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