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에 법인이나 금융계좌가 있다고 해서 모두 탈세나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계좌나 금액, 거래 정보, 자금 출처 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역외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에 연루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가 조세 회피나 비자금 은닉 등 불법적인 자금 이동의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의혹이 이는 건 당연하다.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역외 탈세는 중대한 조세 범죄다. 국세청은 지난 5년간 2조6218억원 규모의 역외 탈세를 적발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는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조세피난처로 빼돌려진 자산이 총 7790억달러(약 8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1조1890억달러), 러시아(7980억달러) 다음으로 많다.
정부는 대기업 총수 등 사회지도층이 연루된 중대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해 탈세 행위가 있었는지 등 사실관계를 가능한 한 빨리 밝혀낼 필요가 있다. 세계 어느 곳으로도 검은돈을 빼돌릴 수 없도록 국제 공조 강화 등 역외 탈세 감시의 틀을 더욱 촘촘히 짜야 함은 물론이다. 그 이전에 이름이 나온 기업인들은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거래를 했는지, 자금의 출처는 어디인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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