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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산업 육성책'인 연예산업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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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길에서 청소년 연예지망생이 연예기획사 대표라는 사람에게 명함을 받았다. 대부분 연예지망생들은 기회를 얻었다고 좋아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연예기획사가 과연 제대로 된 업체인지를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

# 청소년 연예지망생들이 방송 등에 데뷔시켜 주겠다며 매니저를 사칭하는 사람들로부터 금품 혹은 성적 착취를 요구 당했다. 유혹에 약한 청소년들은 이를 피하기 어렵고, 교묘한 상황에 이끌려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한류 열풍 속에 드리워진 우리 대중문화예술산업(일명 연예산업)의 그늘이다. 지난 2009년 고 장자연 사건 이후 관련법 마련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잠시 주춤하더니 다시 연예 관련 범죄는 늘어나고 있다. 실례로 2011년에는 연예매니저를 사칭, 연예 지망생들에게 10억원을 갈취한 사건이 발생했고, 2012년 현장 로드매니저 및 음반제작사(오픈 월드) 대표의 가수 지망생 성폭행 등 사건,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연예 산업 관련 범죄는 무엇보다 감독 규제가 없는 탓이 크다. 이에 따라 연예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다른 부문과는 상반되게 연예산업은 오히려 규제를 요구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각종 범죄가 속출하는 이유는 현행 법규상 연예인 기획사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고 곧바로 영업을 개시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유로 꼽힌다.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어 연예기획사에 대한 통합 관리가 어려운데다 데이터도 거의 없어 기획사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종사자들의 자질을 검증하거나 피해를 막을 안정장치가사실상 전무한 상태인 셈이다. 개설과 폐업이 쉽다는 점으로 인해 악용 소지가 그만큼 크다. 심지어는 조직폭력배마저 연예매니저로 등장하기도 했다.
대다수 연예사업자들은 "건전하게 사업을 영위하려고 해도 소수의 범죄자로 인해 업계 전체가 오해를 받고 있다"면서 "규제 정책을 도입ㆍ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입법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기획사 등록제를 골자로 하는 관련 법안이 2009년, 2010년 두차례 입법 발의됐으나 논의가 원활치 않아 폐기되고 말았다. 그나마 지난해 8월 등록제 법안이 다시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아직껏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한공진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부회장은 "연예사업자 입장에서 등록제가 규제안임에도 건전하게 일하는 수많은 사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면서 "그만큼 연예산업의 현실이 열악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또 "등록제가 시행될 경우 연예 사업자 및 매니저에 대해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한 정보 공개로 연예인 지망생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예인 지망생이 피해를 입을 경우 구제 제도가 미비한 것도 문제다. 현재 연예인 지망생 피해는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상벌위원회를 통해 구제요청을 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상벌위에 의한 분쟁 조정, 피해사례 접수, 자정시스템 운영으로는 연예인 지망생 피해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2009년 이후 구제 요청 건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지만 사건 사고가 대부분 업계 내 이해관계자가 아닌 연예인 매니저를 사칭하거나 사회적 감시가 소홀한 사각지대에 있는 기획사에서 발생하고 있어 뾰족한 수가 없는 형편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기획사 등록제 등 규제를 담은 대중문화예술산업 지원법 일부를 개정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후속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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