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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쌓이는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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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사용후핵연료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누적량 1만2000곘을 넘긴 사용후핵연료는 독성이 매우 강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자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로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30년 넘게 누적돼온,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쌓여갈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관리하고 처리할 것인가는 원자력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상관없이 이 땅에 사는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가 올해 안에 사용후핵연료 관리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공론화 과정에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우리 사회도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풀기 위한 책임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우리나라 원자력 연구진이 준비하고 있는 선택지 중의 하나는 파이로프로세싱-소듐냉각고속로 연계 기술이다. 최근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알려진 대로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유용한 성분들을 뽑아내 재활용하면서도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민감 물질'인 플루토늄을 단독 분리할 수 없어 핵확산의 우려가 거의 없는 신기술이다.

지금까지 원자력 선진국들이 개발한 이른바 재처리 기술들이 모두 사용후핵연료에서 핵무기 재료가 되는 플루토늄만 따로 분리해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파이로프로세싱은 플루토늄만 따로 빼내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기술과 공정이 설계돼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핵확산 우려가 없는 기술이어서 '재처리'가 아닌 '재활용'이라는 새로운 범주로 구분되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에서 추출한 물질을 소듐냉각고속로의 연료로 사용하면 사용후핵연료를 모두 폐기물로 영구 처분할 때보다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면적이 100분의 1로 줄어든다. 고준위 폐기물보다 독성이 훨씬 약한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 부지 마련에 엄청난 사회적 진통을 겪었던 과거의 경험을 되새겨보면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처분장 면적 감소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절감을 의미한다.
파이로프로세싱-소듐냉각고속로는 이처럼 대단히 유용한 기술이지만 이 기술이 유일무이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은 아니다. 우선 기술의 완성을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현재 연구개발 계획대로라면 파이로프로세싱은 2020년까지 기술성, 경제성, 핵비확산성을 검증하고 2025년 실증 규모의 시설을 지을 수 있을 전망이다. 소듐냉각고속로 원형로가 완성되는 시점은 그보다 3년 뒤인 2028년이다. 따라서 당장 몇 년 후부터 시작될 사용후핵연료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간저장 시설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간저장을 선택하더라도 결국 사용후핵연료의 궁극적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160여종의 원소들 중 일부는 방사성 독성이 천연 우라늄 상태로 감소하는 데 수십만 년이나 걸리는 만큼 중간저장 이후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 마련을 위해 연구진을 투입하고 연구비를 투자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할 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으로 전체 국가 전력소비의 30% 넘게 충당하는 국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최종 선택권은 국민이 쥐고 있다. 국민이 최적의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을 선택할 수 있으려면 마땅한 기술적 방안들이 마련돼야 함은 물론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까다로운 문제지만 우리 국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 국민 다수의 행복과 국익을 지켜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박성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전략사업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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