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강소기업엔 저금리 경쟁하면서 급전 필요한 기업은 외면
#2. 서울 강북의 IT기기 유통사 대표 B씨는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 공공기관으로부터 32억원 규모의 소모품 수주를 받았는데 물건을 구매할 자금이 모자라 계약이 해지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창구에 수주 계약서까지 들고 찾아갔지만 '담보가 있느냐'는 질문만 되돌아왔다. 신용보증기금을 찾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B씨는 "은행들이 대출을 늘린다지만 혜택을 받는 것은 일부"라며 울분을 토했다.
반면 실적이 좋은 중소기업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각종 혜택이 제공되는 등 상반된 대접을 받는다. 섬유 전문기업 대표 C씨는 "은행 대출 창구에서는 여전히 중소기업에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기술개발 자금이 절실히 필요한데 은행측은 담보가 한도까지 찼다며 대출을 꺼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말까지 시중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신규잔액은 1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5조8000억원)보다 두배 가량 많다. 대출액도 1월 3조1000억원, 2월 2조3000억원, 3월 2조8000억원, 4월 1조8000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 발맞춰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 세일즈'에 나선 덕분이다.
이같은 문제는 대출 늘리기만 강조하는 단선적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홍재근 중소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기침체로 인해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면서도 리스크는 더욱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며 "등급 우대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우려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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