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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천수 "도전한다. 대표팀은 내 전부니까"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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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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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2002 월드컵 세대는 뜨거운 감자다. 특히 이천수가 그렇다. 최근 K리그 클래식 무대로 돌아와 옛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

긍정과 회의론 속에서 일단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시기상조'라 여긴다. 이천수 본인 역시 "아직"이라고 말한다. 주변의 갑론을박과 별개로 스스로 부족하단 판단 때문. 그렇다고 조급하지도, 물러서지도 않는다. 태극마크와 월드컵은 그에게 영원한 목표다. 어떤 절박한 상황에서도 축구화 끈을 풀지 않았던 이유다. 누구나 납득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인정할 수 있을 때 도전장을 내밀 생각이다. '축구선수 이천수'가 결국 돌아왔듯, '국가대표 이천수'도 언젠간 돌아올 것이라 그는 말한다.

[1편: "나를 키운 건 자신감 아닌 열등감" 보기]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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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하면 월드컵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론 2006 독일월드컵 스위스전이 끝난 뒤 대성통곡하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억울했다. 한 순간도 우리가 16강에 못 오른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스위스에 0-2로 지고 있던 후반 추가시간조차도.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에야 무너지더라. 정말 열심히 준비한 대회였는데... 솔직히 2002 한·일월드컵 때는 어린 마음에 멋모르고 나갔을 뿐, 나는 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독일월드컵에선 꼭 잘하고 싶었다.

스페인에서 돌아와 울산에 입단했던 것도 순전히 월드컵 때문이지 않았나.
그렇다. 스페인에 계속 있으면 대표팀 내 경쟁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마음을 바꿔 한국으로 돌아왔다. 독하게 마음먹고 운동해 K리그 우승도 차지하고 MVP(최우수선수)에도 뽑혔다. 그런데 딕 아드보카트 감독님께선 내가 못 미더우신 듯 했다. 몸은 정말 좋았는데 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실망감에 빠져있을 때 핌 베어벡 코치님이 많이 다독여주셨다. 언젠간 기회가 올 거라고. 나를 잘 아시는 분이셔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걸 어떻게 극복했나.
다른 생각은 없었다. '월드컵 나가야 된다. 나가서 골도 넣고 싶다.' 머릿속에 그 생각밖에 없었다. 시즌 뒤 겨울 휴가도 반납하고 미리 몸을 만드는 등 감독님께 믿음을 드리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결국 한 달 전지훈련에서 감독님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그렇게 힘들게 나간 월드컵이어서 결과가 더욱 아쉬웠다. 떨어지는 순간 정말 하늘이 원망스럽더라. 4년 전엔 그런 큰 선물을 내려주셨는데, 토고전에서 골도 넣게 해주셨는데, 왜 팀 성적은 안 나왔는지... 어렵게 월드컵을 준비했던 시간들까지 스쳐지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후 네덜란드에서 뛰다 2008년 여름에 수원에 입단했다. 그건 2005년 때와 같은 이유였을테고.
맞다. 스페인에서처럼 해외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이대로 가다간 월드컵에도 못 나가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 땐 3년 전과 달리 부진했다.
수원 시절은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편하지 못했다. 아, 오해 없이 들어 달라. 구단은 내게 정말 잘해줬다. 문제는 몸이었다. 네덜란드에서 근육 부상을 입었고, 수원 입단 직전에 발목 수술까지 했다. 회복이 쉽게 안됐다. 그런데도 울산 시절 활약 탓에 주변의 기대는 엄청 컸다.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절뚝대면서도 뛰었는데, 경기가 잘 안 풀리다보니 개인플레이도 잦아졌다. 설상가상 몸의 균형이 안 맞아 끝내 근육에 다시 이상이 왔다.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플 때는 정신력으로 극복하는데도 한계가 있더라. 이듬해 전남에 갔을 땐 개인적인 금전적 어려움이 생겼고, 계약 문제도 그랬고.. 여러모로 흔들리다 사우디로 갔다.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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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끝내 2010 남아공월드컵은 가지 못했다. 무적 신분이기도 했고. 그 때 느낀 상실감과 좌절이 정말 컸던 걸로 아는데.
(한숨을 쉬며)그게 인생인 것 같다. 2010년 사우디 알 나스르에서 뛸 때 3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규정상 팀을 나와도 되는 상황이었고, 결국 그해 3월 사우디를 떠났다. 월드컵 직전 허정무 감독님께서 얘기해주셨다. 나를 정말 데려가고 싶으셨다고. 후반 20분 정도에 꺼낼 분위기 반전용 '조커'로 끝까지 고심했지만, 무적 신분의 선수를 뽑을 순 없었다고 말씀하셨다. 후회가 컸다. 규정대로 팀을 나왔음에도 '그냥 힘들어도 좀 버텨볼걸'이란 생각, 많이 했다. 가슴에 한(恨)으로 남는다.

남아공월드컵 경기는 봤나. 예전 인터뷰에서 월드컵 엔트리에 탈락했던 선수들은 대부분 경기를 안 본다고, 아니 못 본다고 하더라.
밖에서 '구경'하는 월드컵은 처음이었다. 난 정말 욕심이 많은 선수다. 그래서 처음엔 경기 자체를 보기 힘들었는데, 나중엔 응원하게 되더라. 16강에 올랐을 때 기쁘기도 했다. 하지만 한 편으론 마음이 허하기도 하고...그랬다. (웃음)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분명한 건, 난 아직 현재 대표팀 선수들보다 부족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쉰 기간이 있으니 그들보다 노력을 덜한 셈이다. 그들보다 더 많이 뛰고, 스스로도 충분히 준비했다는 판단이 선다면 그 때 당당히 도전하고 싶다.

아직은 아니란 뜻인가.
그렇다. 다른 경쟁자들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을 만큼 준비해야 한다. 나보다 앞서있는 선수들은 지금도 노력하고 있지 않나. 당연히 그 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대표팀 전체의 경쟁력도 자연스레 커지지 않을까.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히 운동만 하겠다.

이천수에게 태극마크의 의미는 무엇인가.
(망설임 없이) 내 전부다. 이천수에게 대표팀은 전부였고, 전부다.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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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에 가기 위해선 일단 인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마침 또 고향팀이니 어떤 의미에선 이상적인 환경 아닌가.
요즘엔 '인천에서 뛰기 위해 그렇게 먼 길을 돌아왔나' 싶다(웃음). 프로 선수라면 목표는 하나다. 소속팀의 우승. 지금 난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당연히 우승을 위해 뛴다. 또 팬들은 내게 '보고 싶었다'라고 응원해준다. 울산·수원·전남팬들도 경기 후엔 내게 격려를 보냈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또 선수는 그런 관중을 위해 쉴 새 없이 뛰고, 몸을 날려야 한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그래야 관중이 찾아온다. 그보다 좋은 마케팅이 없다. 선수의 실력, 준비, 마음가짐이 모여 관중 한 분을 끌어오는 법이다. 종종 '관중이 적어서 경기할 맛이 안 난다'라고 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 그건 온전히 선수들의 책임이다. 물론 나도 어렸을 땐 그런 적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아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이 재밌는, 이기는 경기를 하고 세리머니도 즐겁게 펼치면 관중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돼 있다. 인천 팬들에겐 그런 이천수가 되어드리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이천수라는 축구 선수의 남은 미래를 묻고 싶다. 짧은 기간이나마 임팩트있는 활약을 펼치기 원하나, 아니면 김기동이나 미우라 같이 오랜 시간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가 되고 싶나.
(잠시 고민하더니) 음...오래 뛰고 싶다. 나 오래 쉬었다(웃음). 3년 정도 쉬었으니, 어떻게 보면 선수로서는 서른살밖에 안 된거다. 물론 기량이 떨어져 은퇴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나름 더 열심히 해서 남들보다 더 쉰만큼 더 채워 넣고픈 욕심이 있다. 특히 K리그 클래식에 다시 불러주신 팬들의 마음에 꼭 보답하고 싶다. 전남 측이 임의탈퇴를 풀어준 것도 결국 팬들의 마음이 컸다. 그분들이 기대했던 좋은 축구선수 이천수를 꼭 보여드리고 싶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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