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금감원이 농협 전산장애에 대한 책임을 철저하게 묻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다. 금융당국과 고객들에게 뭇매를 맞으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계속되는 악재에 힘겨워하는 분위기다.
농협은행 임직원들은 100% 국내자본으로 설립된 순수 민족자본은행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출범 이후 자산규모 230조원, 고객 2000만명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은행조합으로 성장했다. 중소기업이나 농업인들에 대한 금융지원 부문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수금융신상품 은행부문 최우수상 등도 수상할 만큼 나름의 경영성과도 인정받아왔다. 지난해 3월에는 농협은행을 중심으로 농협금융지주를 출범시키며 국내 5대 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 특히 농업인의 사회경제적 지위향상을 통해 국가경제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과 금융당국의 눈에 현재의 농협은행은 부정적인 면이 더 크게 보여지고 있다. 대대적인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농협은행만이 아닌 농협금융그룹 전체에 대해 조직이던 시스템이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없는지 다시한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다. 농협금융의 한 관계자는 "농협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과감하게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며 "더 이상 전산장애 등 반복되는 일들로 신뢰를 잃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여타 시중은행들의 조직 및 시스템과 비교해 농협은행은 세련되지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골 향수가 짙게 풍기는 '농협'이라는 이미지가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세계적인 협동은행조합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기존 이미지는 고정관념일 뿐이다. 얼마든지 세련된 은행으로 바뀔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튼튼하고, 단단하고, 돈 잘 벌고, 신명 나는' 농협은행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농협은행, 나아가 농협금융지주 임직원들의 마음이 간절하다면 변화할 수 있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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