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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문인수의 '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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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구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져 풀고 있었겠지요. 쉬.//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 며칠 전 어느 신문에서 노인요양원에 대한 심층취재 기사를 냈는데, 치매 걸린 70대 할머니의 이야기가 마음을 아리게 했다. 그녀의 기저귀를 남자 요양보호사가 갈아주는 바람에 수치심을 느껴 요양원을 나오게 된 사연이다. 노인을 보살피는 업체의 무신경을 비판하는 얘기였는데, 그보다도 인간의 존엄과 기품을 임종까지 유지하지 못하는 그 슬픈 현실이 더 아프게 느껴졌다. 문인수는 그 굴욕의 몸을 안아주고 있는 어느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생을 해피엔딩으로 반전시켜준다. 오래전 아버지가 아들에게 그렇게 했듯, 아버지의 오줌을 뉘어주는 아들. 부끄러운 아버지와 그 부끄러움을 걱정하는 아들 사이에서, 가벼운 몸이 쪼를쪼를 뿜어내는 몇 방울 오줌. 그걸 돋우기 위해, 오래전에 들었던 그 말, '쉬'를 자신도 모르게 흘려 내는 아들. 그 '쉬'의 바람소리를 따라 오줌보를 조금 더 풀어보는 아버지. 이 '쉬' 말고 우주 모두는 조용하라는 그 '쉬'.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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