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시장 전문가들은 엔·달러 환율이 100엔 내외에서 진정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국내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간 경험을 통해 저평가 매력에 의존한 증시 반등은 길게 가지 못했다는 점을 알 수 있으므로, 당분간은 IT·중소형 실적주 중심의 대응함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평가다.
연초이후 글로벌 증시와 극심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유발했던 핵심적 요인은 일본의 공격적 양적완화 정책에서 비롯된 엔저현상이다. 최근 지속된 외국인의 한국증시 매도, 일본증시 매수 패턴은 엔저로 인한 국내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투영된 결과다.
현재 99엔 수준까지 상승한 엔·달러 환율이 100엔 내외에서 속도 조절에 진입 한다는 가정하에, 국내증시 밸류에이션이 저점 지지선(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05배)에 근접했음을 감안한다면 지지부진한 국내증시의 이익모멘텀에도 불구하고 저평가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세연·조용현 애널리스트= 올들어 시장 하락을 견인한 수급주체는 단연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4조3000억원 가량을 순매도 했다. 엔화의 상대적 약세, 북한관련 리스크, 뱅가드 펀드의 벤치마크 변경, 유로존 이슈가 재부각됐던 점이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뱅가드 이슈를 제외하면 외국인 수급이 시장의 인식만큼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뱅가드 이슈로 인한 순매도 3조원 정도를 제외한다면 순매도 분은 1조3000억원 수준인데 이는 과거의 경험과 비교했을 때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북한 리스크와 엔화약세로 외국인들이 국내증시를 매우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뱅가드 이슈가 7월이면 소멸될 이벤트임을 고려할 때 수급 개선 가능성을 염두 할 필요가 있겠다.
앞서 언급한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적 통화완화도 외국인 수급을 개선시킬 요소다. 지난달 키프로스 구제금융 협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유럽계 자금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622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유로존 불안감이 다시 수그러든 상황에서 ECB가 통화완화를 실시한다면 다시 순매수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만기효과는 거의 없었다. 차익거래의 절대규모(매수+매도)가 300억원 가량에 불과할 정도로 심심한 만기였다. 이에 반해 비차익거래는 비교적 활발했는데 장 중반까지 외국인을 중심으로 500억원 가량의 순매도였다. 이후 순매수로 전환했고 마감 동시호가간에는 800억원의 순매수가 유입됐다.
차익거래의 부진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지난 주 지수 조정과정에서 비교적 양호했던 베이시스 상황이 만기까지 이어진 영향이다. 투신과 보험, 외국인 정도가 30억원 가량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비차익거래는 상당히 규모가 컸다. 매도와 매수를 합쳐 1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특히 마감 동시호가간에 진행된 비차익거래의 해석이 어렵다. 만기일이라는 특성상 마감 동시호가간에 일어나는 비차익거래는 대부분 차익거래 성향이나 전일 합성선물 조건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익거래 성향이 아니라면 지정학적 리스크의 희석과 정책금리 관련 불확실성 제거에 베팅한 순수 비차익거래일 수도 있다. 어찌됐건 당분간 프로그램매매는 차익거래보다는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김유리 기자 yr6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