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이 자신만의 삶의 공간으로 쉽게 찾는 곳이 원룸이다. 하지만 제대로 벽체를 갖추지 않은 날림식 원룸에서는 층간소음이 아닌 옆집소음이란 복병이 숨어있다. 집주인은 제대로 짓고 세입자는 절제된 태도를 생활화해 소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 원룸주택 내부.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사는 김동욱씨(29)는 주말 아침이면 옆방에서 나는 소음에 잠을 깬다. 김씨는 음악 소리나 TV에서 나는 소음은 물론이고 벽 뒤편 싱크대에서 설거지하는 소리까지 들려 단잠을 자기가 어렵다. 그는 "악기 소리나 못 박는 소리 같은 시끄러운 소리도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소음이라 매번 옆집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난감하지만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옆방 사람이 코고는 소리부터 비닐봉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들린다"는 박시현씨(29)도 비슷한 소음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관악구 행운동에 사는 박씨는 원룸 주인에게 방음이 안 된다고 하소연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라는 집주인의 말을 들어야 했다. "이사를 가도 상관없지만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기까지 집세나 중개수수료는 세입자가 부담하라’는 얘기까지 듣고보니 막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소음은 직접 살아보지 않고서는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최영률씨(40,가명)는 "흔히 방을 구할 때는 낮이나 초저녁 무렵이어서 밤중이나 이른 아침 등에 소음이 얼마나 나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육안으로는 멀쩡해도 옆방에 누가 사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을 내줘야 하는 직전 세입자도 다른 세입자를 찾아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음 얘기를 사실대로 얘기하기 힘든 구조적 원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왕이면 더 많은 세입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방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더욱이 원룸을 운영하는 집주인조차 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벽체나 방음재를 제대로 갖췄는지 여부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관악구 행운동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는 박화순(60,가명)씨는 "다른 사람이 지은 건물을 샀기 때문에 벽이 어떻게 시공됐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설계도를 보면 알 수 있겠으나 소형 주택의 설계도는 찾기도 어렵고 보통 사람들이라면 제대로 이해하기도 힘들어 한계가 많다.
소음으로 괴로울 때 정부의 도움은 받을 수 있을까? 층간소음은 환경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옆방소음은 예외다. 이 센터 담당자는 "센터에서는 층간소음에 대해서만 상담을 해주고 있다"며 "발소리 같은 중량충격음은 해당되는데 사람의 목소리나 TV같은 기계 소음은 이와 관계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결국 옆방소음은 결국 세입자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관악구 봉천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모씨(32)는 "집주인들은 소음이 심하다는 세입자 얘기를 다른 집으로 옮기려는 핑계거리로 생각하거나 세입자의 예민한 성격 탓으로 돌린다"며 "계약하기 전에 소음에 민감한지 여부를 살펴보고 나중에 불만을 제기할 손님이라면 원룸이 아닌 단독주택이나 오피스텔을 찾아보라고 권유하는 편"이라고 얘기했다. 원룸 자취생활을 수년간 해왔다는 한 직장인은 "여러가지 생활소음에 피해를 입어본 이후 꼭대기층의 독립된 방이나 같은 층이라도 맨 끝에 있는 방을 찾으면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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