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의 집중력 비결은 다름 아닌 커피다. 커피 애호가로 알려져 있는 발자크는 하루에 60잔가량의 에스프레소를 마셨다고 한다. 우리는 그 사실을 발자크가 쓴 '커피 송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발췌문에는 발자크가 커피를 마시는 동시에 글쓰기에 수반되는 요소들, 그러니까 생각, 추억, 논리, 착상, 등장인물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것처럼 묘사돼 있다. '커피 송가'의 몇 구절을 읽으면서 발자크는 커피 섭취를 글쓰기 과정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자크 외에도 커피를 예찬한 예술가들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베토벤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60알의 원두를 분쇄한 에스프레소를 음미했고, 브람스는 오로지 자신이 추출한 커피만을 마시면서 작곡했으며, "그 많은 돈을 들여서 왜 달까지 가는지 모르겠다. 거기에는 카페도 없는데"라는 말을 남긴 프랑스의 작가 사르트르는 항상 파리에 있는 마고 카페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예술가들은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창작의 고통을 수시로 만난다. 그럴 때면 예술가들은 커피를 마시며 정신을 맑게 하고 피로를 회복한다. 커피는 예술가들의 동반자인 셈이다.
또 하나. 커피는 예술의 수용자에게도 좋은 벗이다. 극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영화를 보는 관객,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독자, 미술작품을 감상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음미하는 커피. 커피는 예술의 생산과 소비에 깊이 관여한다. 현재 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문화예술과 관련된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커피의 속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문화예술의 촉매제이다. 나는 그것을 젊은 시절 극단에 몸담고 있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젊은 혈기로 가득 찼던 그 시절 내게 연극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현재는 커피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누군가 내게 인생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던 그때를 얘기한다. 그렇게 문화예술에 대한 감수성을 체득했다.
때문에 이디야커피를 창업하면서 누구보다 먼저 커피와 문화예술의 밀접한 관계를 깨달았고 어떻게 하면 커피를 통해 고객들에게 문화를 선사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록페스티벌과 리딩캠페인 등 장기적인 문화 관련 행사와 캠페인을 통한 소비자들과의 작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커피에 담긴 문화를 소개하고자 했었던 작은 시작이기도 했다.
커피는 큰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성을 알면 알수록 커피 안에 많은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도 커피라는 큰 그릇에 담겨 있는 것 중 하나이다. 문화와 예술이 커피와 만나면 커피가 풍기는 풍미는 더욱 깊어져 고객들 속에 작은 문학작품처럼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창기 이디아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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