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카와 마사아키 현 BOJ 총재는 19일 공식 퇴임하고 구로다 지명자는 늦어도 다음날 공식 취임해 일본을 디플레이션 수렁에서 건져내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구로다가 취임후 처음 주재하는 정책회의를 거쳐 새로운 부양정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먼저 넘어야 할 산이 있다.본인을 뺀 8명의 위원중 양적완화 조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온 정책위원을 설득하는 일이다.이들의 임기는 앞으로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이어서 이들의 협조가 없이는 BOJ가 공세적 금융완화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카소 히로시 부총재 지명자, 사토 다케히로 위원과 기유치 다카히데 위원 등 5명을 양적완화 반대파로 지목했다.
사토 다케히로 위원(51)과 기유치 다카히데 위원(49)은 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인플레이션 목표 2%로 높이는 데 반대했다. 사토는 스미토모은행 은행가와 모건스탠리 MFUG증권의 이코노미스트를, 기유치는 노무라연구소와 노무라증권의 이코노미스트를 각각 지냈다. 깐깐하다. FT와 WSJ 공히 이들 둘이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거의 원하지 않는 인물로 평가한 인물로 분석했다.
도쿄전력에서 40년간 근무하면서 사장까지 지낸 모리모토 요시히사 위원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시라카와의 신중한 통화 정책을 줄곧 지지해온 그는 최근 일본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채권을 대대적으로 사들이는 것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가쿠슈인 대학 경제학교수로 BOJ를 비판해온 이와타 키쿠오(70) 부총재 지명자와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와 게이도 대학 교수를 지낸 시라이 사유리 위원은 내년 예정됐던 무제한 자산매입을 즉각 실시하자고 요구한 만큼 구로다의 우군이다. 고베대 미야오 류조 교수(48)는 공세적 양적완화를 지지하고 있다.
WSJ는 스미토모미츠비시 파이낸스앤리싱 사장 출신의 이시다 고지(65) 위원을 금융완화론자로 분류했으나 FT는 그가 “2% 인플레 목표가 너무 높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구로다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분류했다.
이렇게 본다면 구로다는 최소 다섯명의 반대위원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나카소의 임기는 2018년3월,모리모트는 2015년 7월, 이시다는 2016년 7월,사토와 기유치는 각각 2017년6월이어서 그때까지 구로다는 이들과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막후 협상을 통해 이들을 설득하는 일이 구로다의 당면한 긴급과제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