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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학생인권 이렇게 지켰어요!"···도교육청 책자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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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영규 기자]"학교 밖에서 남들이 제 이름을 알게 되는 게 싫어요. 등하교 시간마다 다른 사람이 제 이름을 보는 것이 싫습니다. 학교 아닌 다른 곳에서 제 이름이 공개되는 것은 인권침해 아닌가요?"(도교육청 발간예정인 상담사례집 63쪽의 학생 상담내용)

"이름은 개인 신상정보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교복 위의 고정식 명찰은 원하지 않는 이름 노출을 야기해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고정명찰보다는 탈부착이 가능하거나 명찰 위치 주머니 위에 덮개 천을 만들어 학교 밖에서 이름을 덮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생인권에 부합할 것입니다."(학생인권옹호관의 상담사례에 대한 해당학교 통보조치 내용)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3년 1월까지 1년5개월 동안 도내 3개 권역에서 학생인권 상담을 한 학생인권옹호관의 상담사례를 모은 '학생인권상담 사례집'을 오는 20일 발간한다.

총 98쪽으로 구성된 사례집은 모두 46건의 상담사례를 담고 있다. 상담사례는 ▲학생의 노동인권보호 ▲간접체벌 ▲성별에 의한 처벌 ▲교복부착형 명찰에 의한 프라이버시 침해 등 모두 11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도교육청은 이 사례집을 도내 전체 초중고교에 이달 말 배포한다. 자치단체가 학생인권상담 사례를 책으로 내는 것은 경기도교육청이 처음이다.

주요 상담사례를 보면 A학생은 "우리 반에서 직업에 관한 역할극을 하는데 선생님이 의사는 남학생만 시키고 여학생은 간호사만 시킨다"며 "여학생인 나는 의사역할을 할 수 없나요?"라고 학생인권옹호관에게 물었다.
학생인권옹호관은 "전통적 사고에 기반을 두고 남녀 학생을 분리 교육하는 것은 차별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역할극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도록 해당 학교에 권고했다.

또 B학생은 "몇 번 지각과 실내화 미착용 등으로 벌점이 누적돼 교내봉사 처분을 받았고, 이 것 때문에 친구들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학급 반장 후보가 될 수 없었다"며 상담해왔다. 이에 학생인권옹호관은 "징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학생대표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고 학생인권조례 위반"이라고 결정, 해당 학교에 통보했다.

C학생은 "학교에서 최신식 시설을 갖춘 정독실을 운영하는데 이곳에는 전체 석차 1등에서 50등 사이의 학생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나도 열심히 공부할 자신이 있는데 성적에 밀려 추운 교실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할 수밖에 없다. 사기가 꺾인다"고 옹호관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인권옹호관은 "성적이 정독실 이용의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뒤 성적이 우수한 학생,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학생, 열심히 공부할 준비가 된 학생들을 담임교사 추천을 받아 추첨으로 정독실 이용자를 선정하도록 시정 권고했다.

D학생은 "쉬는 시간이 5분밖에 안 돼 화장실에 가기도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상담을 접한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들에게 신체적ㆍ정신적 휴식이 최소한 보장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학교에 전달했다.

도교육청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3명의 학생인권옹호관을 도내 3개 권역에 1명씩 상주시키며 학생, 학부모 등으로부터 상담을 받고 있다. 지난 1월까지 1년5개월 동안 총 1만492건의 상담을 진행했으며 중복상담 내용 1828건 중에서 체벌 등 폭력관련 상담이 852건(46.6%)으로 가장 많았다. 부당징계도 383건으로 21%를 차지했다.

특히 학생인권옹호관들은 이 기간동안 학생인권침해 사례로 판단되는 465건을 조사해 438건을 시정조치했다. 시정조치 내용을 보면 ▲합의조정 등 현장해결(31.7%) ▲재발방지대책 마련 권고(31.3%)▲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중지(29.5%) ▲인권교육 수강 및 징계권고(6.1%) ▲기타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 권고(1.4%) 등이다.

김상곤 교육감은 발간사에서 "이번 사례집 발간을 계기로 경기교육의 학생인권이 한 단계 발전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학생인권옹호관과 함께 인권의 가치아래 모두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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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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