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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과학기술 나눔,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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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본격적인 과학기술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과학기술나눔공동체(SCOST)를 구성했다. 과학기술이 단순한 경제적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수단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과학이 없었으면 민주주의도 불가능했다'는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말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 과학자들이 인류애를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인정이 넘치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과학기술계의 사회 참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학교육을 강화하고, 과학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대부분 유능한 과학자를 양성하고, 과학에 대한 우호적인 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에 한정돼 있었다. 과학기술계의 사회 참여가 지극히 이기적이고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새로 시작하는 과학기술 나눔 사업의 핵심은 과학자의 재능 기부와 사회 참여다. 이제는 과학자들이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격차 해소에 직접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를 무겁게 인식하고, 사회봉사와 재능의 사회 환원을 추구하겠다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상당한 수준의 과학 상식과 합리적 사고방식이 필요한 복잡한 사회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광우병 파동과 같은 복잡한 사회 문제에서는 과학적 진리가 분명하지 않다. 최근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MSG(L-글루타민산나트륨) 유해성 논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제 과학기술계가 혼란스러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 나눔은 과학기술계만을 위한 짧은 안목의 사업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사회, 국가, 인류를 위한 인류애를 실천하는 길이다. '과학자의 따스한 마음(Heart)과 긍지(Honor)를 바탕으로 인류의 행복(Happiness)을 위해 과학자의 재능을 조화롭게(Harmony) 나눈다'는 4H 정신이 강조된다. 기업의 노이즈 마케팅과 언론사의 황색 저널리즘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과학지식과 합리적 사고방식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만 한다.

과학기술 나눔을 통해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단순히 사회적 책무를 의식한 나눔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진정한 나눔(CSV)을 실천해야 한다.
과학기술 나눔의 실질적인 주역은 학술단체가 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의미의 공유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나눔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제언에서부터 현실적인 참여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학회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나눔에 참여하는 과학자의 형편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세분화된 학술단체도 부담스럽고, 나날이 엄격해지는 평가도 외면하기 어렵다.

학술단체 사이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학술단체와 과학자의 부담을 동시에 줄여주는 출구가 될 수 있다. 특히 공유가치 창출을 위한 쌍방향 나눔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과학자들의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사회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관련 분야의 학술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자와 학술단체가 과학기술 나눔을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 책무로 여기도록 설득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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