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인형 눈붙이기' 부업에 나섰다.
호텔이나 골프장 건립 등은 땅을 볼 줄 아는 건설사와 계열사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측면이 있지만, 화장품·면세점 등 관련이 적은 부문까지 진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노하우가 쌓이지 않은 신규 사업부문에 진출했다가 자칫 '쓴맛'만 보고 다시 돌아오는 사례도 적잖은 것으로 지적된다.
아름연화장품은 최근 화장품 마케팅 경력직원을 모집하는 등 본격적으로 사업규모를 키우고 있다.
최근 한국 화장품 시장이 중국·동남아시아 등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화장품 사업의 수익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신규 사업으로 추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안그룹의 모회사인 신안건설은 계열사를 통해 레저, 금융, 호텔 등 기존에도 다양한 사업부문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화장품 사업 진출도 사업다각화의 측면으로 보면 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신안건설 뿐아니라 최근 건설업계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추세다.
한라건설은 최근 컴퓨터시스템 및 데이터베이스·온라인 정보 제공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했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우선은 회사 내 IT사업본부를 만들어 내부적으로 경영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다"고 설명했다.
한신공영은 최근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신규 진출했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신재생 에너지 개발 사업을 시작해 식물성 연료 개발 중"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노하우 없이 신규부문을 장악하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서희건설 역시 경주현대호텔에 면세점을 열려고 특허까지 받았다가 사업성과 경험 부족 등의 이유로 사업을 접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처음 사업설명을 들었을 때와 재무적으로 분석을 했을 때 발생 비용이나 이익적인 부분이 너무 차이가 났다"면서 "유통부문에 경험도 없고 자칫 적자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실경영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금융위기 이후 5년여간 침체가 계속된 탓에 건설사들이 본업인 건설공사를 확보하지 못하고 전혀 다른 캐시카우를 모색 중"이라며 "소위 '돈 되는' 곳을 기웃거리며 생존의 길을 찾아나서는 건설업체들의 움직임은 더 민첩해질 것 같다"고 풀이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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