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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검단2 사업취소…"마지막 꿈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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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개발 백지화된 ‘인천 검단2택지지구’를 찾다

신도시 개발 지구 지정이 취소된 인천 검단 2지구내 대곡동 현장. 수년간 토지거래가 중단돼 토지 가격은 10년전과 동일한 데다가 수리를 못해 폐가라고 불릴만한 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도시 개발 지구 지정이 취소된 인천 검단 2지구내 대곡동 현장. 수년간 토지거래가 중단돼 토지 가격은 10년전과 동일한 데다가 수리를 못해 폐가라고 불릴만한 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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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5년 넘게 묶어놓고 이제야 풀어주면 뭐하나?”
8일 오전 찾아간 인천 서구 대곡동 김포상도교회 앞. 밭을 매던 80대 노인은 이 말부터 꺼냈다.

이곳은 인천 서구 마전동, 불로동과 함께 정부가 검단2지구 택지 개발을 추진했던 지역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7일 오후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총 694만㎡를 개발해 2만1200가구를 건설하는 택지개발사업 지구지정을 취소했다. 시간이 흘러도 사업이 부진한 상태에서 주민들의 취소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마지막 꿈이 날아갔다”= 지구 지정이 취소된 후 현지 분위기는 예상 이상으로 험악했다. 노인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또다른 노인들까지 모여들었다. 이들은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한 노인은 “풀어주려면 진작에 풀어주지 (경기가 바닥일 때) 이제야 취소하면 뭘 하라는 건가”라며 “집들을 봐라. 다 무너지게 생겼다. 개발이 된다고 해서 굳이 내 돈 들여가며 고치느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겠지 하고 지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큰소리 쳤다.
실제 동네 주변에는 흉가에 가까운 낡은 집들이 많았다. 기와가 무너져 비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천막을 덮어놓기도 했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왔다는 박철기씨(73) 부부는 “(지구 지정 후) 3년이 아니라 검단 신도시가 개발된다고 소문이 불거진 10년 전부터 이곳은 사실상 토지 거래가 중단된 거나 다름 없었다”며 “외지인들은 급등했다고 하는 데 사실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거래를 못하니 뭘 사고 팔고 하겠는가. 주민들은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한채 시간만 날렸다”고 하소연했다.

박씨의 부인도 “개발이 되면 젊은 시절부터 고생한 대가를 잡아볼 수 있을까 기대도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마지막 꿈이 날아갔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일하던 밭으로 돌아갔다.

대곡동 다리위에 걸려 있는 아파트 분양 광고

대곡동 다리위에 걸려 있는 아파트 분양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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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동의 한 공장에 일하러 나온 김덕기씨(57)는 걱정이 많았다. 김씨는 “다른 공장들이 하나씩 빠져 나간다고 해서 우리 회사도 심각하게 이전을 고민했던 게 사실이었는데 남길 잘했다”며 “이제 개발도 날아갔으니 공장이라도 유치해야 하는데 경기가 이렇게 어려우니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2년전 서울에서 살다가 근처로 이사를 했다는 김씨는 “5000만원을 대출 받아서 109.09㎡아파트를 구입했는데, 지금은 2000만원 정도 떨어졌다”며 “대출이자도 문제지만 팔면 손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 마전로 사거리 앞 상가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 유리벽에 빼곡히 붙어있는 매매 소식. 급매 물건도 다수 붙어있다.

인천 마전로 사거리 앞 상가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 유리벽에 빼곡히 붙어있는 매매 소식. 급매 물건도 다수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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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업소도 문 닫아요”= 마석동과 불광동 아파트 단지에 가보니 공인중개사 사무소 간판은 의외로 적었다. 마전로 사거리 앞 상가에 위치한 한길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파트 크기별로 다르지만 평균 20~30% 이상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가격이 떨어져도 찾는 손님이 없다. 신도시 개발 취소로 인프라 여건은 당분간 나아지지 않을 테니 이 지역 집값이 오르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W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공인중개사도 문을 닫고 있는 판”이라며 “앞서 나온 급매물이 팔리지도 않은 또 다른 급매물이 나오는 상황이라 전체 아파트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사무소 유리벽에는 급매 물건이 다수 붙어있었는데, 마전지구 대주파크빌 28평 고층이 1억500만원, 풍림 1차 22평 중간층이 1억5700만원에 내놨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지역 빌라 가격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는 “외지에서 온 사람일수록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 빠져나가려는 심리가 강하다. 이러다 보니 현지인들도 불안한 심정이다”고 전했다.

인천 불로동 한 아파트 단지내 상가에 임대 소식이 붙어있다.

인천 불로동 한 아파트 단지내 상가에 임대 소식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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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되면 다시 추진?= 불로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제빵점을 운영하는 김미선씨(45)는 “신도시 지정 취소가 결정된 후부터 단지내 분위기가 많이 위축됐다”며 “이 단지에 입주한 주민들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서울로 돌아가거나 또 다른 지역으로 한 차례 더 이사를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파트 가격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으니 더욱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주민들의 요청으로 지구지정이 해제됐지만 주민들은 어떻게든 신도시에 준하는 개발사업이 진행되길 희망하는 사람도 있었다. 불로동에 거주한다는 한 주민은 “속이 탄다. 신도시 문제가 우리에게까지 이렇게 큰 영향을 줄줄 몰랐다”며 “계획했던 도로 등 인프라 건설은 물론 경기가 회복되면 민간 차원에서라도 개발이 추진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한 전문가는 "과잉됐던 택지개발을 돌이켜 백지화하다보니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주민들은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도 하는 상황"이라며 "백년대계 차원에서 신중하게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고 설명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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