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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 대기업에 사표 던진 젊은이들
쏟아지는 업무와 경쟁 유도 조직운영에 스트레스 많아
최근 들어선 입사 1년 내 조기퇴사 비율도 ↑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대형 식품업체에 근무했던 이현재(30ㆍ남) 씨. '바늘구멍'을 뚫고 고액 연봉을 받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업무 부담과 지나친 경쟁에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그는 결국 1년6개월여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현재 노동 관련 비정부기구(NGO)에 근무하며 다른 진로를 모색 중인 그는 "피를 말릴 정도의 경쟁에 업무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보람 없이 일에만 치여 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치열한 관문을 뚫고 대기업에 들어갔으나 1, 2년 만에 뛰쳐나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중한 업무와 동료 간 경쟁을 유도하는 조직운영이 이들을 밖으로 내몰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시장에 유입되는 취업준비생은 한 해 평균 20~25만명. 이 중 대기업(중견기업 포함) 취업에 성공하는 이들은 전체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렵게 들어간 '선망'의 직장에서 조기에 퇴사하는 이들의 비율이 최근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말 전국 39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조기(1년 이내) 퇴사율은 23.6%였다. 이는 전년도(15.7%)에 비해 7.9%p나 상승한 수치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인 2008년 조사 때의 27.9%보단 낮지만 2010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이 꼽는 조기퇴직 사유는 '조직ㆍ직무 적응 실패(43%)'와 '근무환경 불만(14%)' 등 조직과 업무에 대한 고충(57%)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직장 만족도에서도 조기 퇴사율이 높은 이유가 드러난다. 직장 만족도를 나타내는 '충성도' 지수에서 경력 3년 미만의 직장인들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대기업을 조기에 그만둔 청년 직장인들은 "툭 하면 이어지는 야근과 버거운 업무, 여기에 성과 위주 시스템 속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호소한다. 이로 인해 탈모와 신장기능 약화 등 건강을 해치고, 심지어 우울증 질환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까지 한 대형 건설사에 몸담았던 김수완(가명ㆍ29) 씨는 "매출규모와 실적을 결산ㆍ보고하는 매월 말이나 초에는 밤 10시, 11시 퇴근이 흔한 일"이라며 "연봉이야 또래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지만 그 만큼 요구하는 게 많은 곳이 대기업"이라고 털어놨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대기업에 들어간 젊은이들이 첫 2~3년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며 "직무에 대한 심한 압박이 이들로 하여금 일과 직장에서 얻는 성취나 보람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취업난 심화로 인한 '묻지마 취업'도 조기 퇴사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한 통신업체 인사담당자는 "전반적으로 근무하는 걸 힘겨워하기도 하지만 취업난 심화로 적성이나 장래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마구잡이식 지원이 이뤄지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인력이탈에 기업들도 고민이 크다. 3개월~1년 가량 채용 및 입사 후 교육 과정에서 공을 들인 인력이 오래지 않아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은 상당한 인적ㆍ물적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업무에 익숙해질 만한 2년 이내의 인력층에서 결원이 발생하다 보니 업무 분담과 연속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새롭게 선발한 인력들이 많이 빠져나가면 기업 내부는 물론 시장에서의 기업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조기 퇴사를 막기 위해 근속기간에 비례한 급여 조정과 복지혜택 등 추가 인센티브제 도입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사 초기 직장인들에게는 애사심 제고 차원의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무에 대한 준비가 덜 된 직원들을 1~2년차 시기부터 경쟁대열로 내몰기보다는 조직에 잘 정착하도록 하면서 충성심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배려하는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요즘 젊은 층의 가치관에 견줘 볼 때 기업들의 조직문화는 폐쇄적이고 비개방적인 측면이 있다"며 "개방적 생활과 문화를 주로 접해 온 세대가 기존 조직의 경직된 룰에 적응하는 데서 오는 일종의 가치충돌도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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