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은 '혁신'=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선진 기업들이 독식해온 글로벌 브랜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이머징 마켓 브랜드가 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최근 소개했다.
그러나 글로벌 성공전략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혁신'은 기업이 선보이는 제품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기업이 발전하지 않으면서 혁신 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광고, 마케팅은 물론 대(對) 고객 소통, 기업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혁신이 필수적이다.
◆'플립플롭'으로 세계 재패한 하바이아나스= 이런 어려움에서 벗어나 글로벌 브랜드로 명성을 쌓고 있는 신흥 브랜드 가운데 브라질 신발 제조업체 '하바이아나스'가 있다.
플립플롭은 애초 빈민가 사람들이 신기 시작했다. 그러다 편리함과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바이아나스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제품의 질을 개선하고 신축성과 내구성을 강화해 '한 철 신고 버린다'는 플립플롭에 대한 고정관념까지 깬 것이다.
이후 하바이아나스는 화학 소재가 배재된 친환경 이미지와 우수한 품질을 내세워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물론 유럽·아프리카·중동·아시아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다양한 디자인과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색깔까지 더해 승부수를 띄웠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맞아 국가별 특색이 담긴 플립플롭도 선보였다. 2006년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샐린과 손잡고 고급 샌들을 선보였다. 이후 미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하바이아나스의 샌들을 신고 다니는 게 눈에 띄면서 더 유명해졌다. 하바이아나스는 현재 85개국에서 연간 3억켤레의 샌들을 팔고 있다. 지금까지 판매된 하바이아나스 샌들을 한 줄로 나열하면 지구를 50바퀴 돌 수 있다.
◆글로벌화 실패한 중국의 리닝= 하바이아나스와 대조적인 기업도 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서양식 스포츠 의류 제조로 승승장구하던 토종 브랜드 리닝은 글로벌화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사례에 속한다. 리닝은 비싼 해외 브랜드와 질 낮은 중국산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한때 나이키와 대적할 글로벌 스포츠 의류 브랜드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선정되고 미국 프로농구 스타들과 광고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나 올림픽 특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침체에 경쟁까지 심화하면서 리닝의 순익은 급감했다. 급기야 경영진 교체, 대량 감원, 재고 회수, 판매 전략 수정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해외 고객은 물론 제품에 싫증 난 중국 고객조차 리닝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부유층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해외 브랜드에 눈 돌렸다. 중산층은 중저가 토종 브랜드로 옮겨갔다.
리닝의 실패는 마케팅 비용으로 엄청난 돈을 쓰고 제품의 고급화를 추구했으나 정작 제품에 대한 투자와 혁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객을 브랜드 팬으로 승화시키고 제품에 열광하는 매니아로 만들려면 제품 개발과 혁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리닝은 외형 확장에 급급해 이를 간과하고 말았다.
◆'브랜드 이상'에서 나오는 혁신= '마케팅의 대가' 짐 스텐겔은 "죽지 않는 글로벌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브랜드 이상(Brand Ideal)'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기업의 목표와 지향점 설정이 브랜드 이상을 만드는 것이다.
코카콜라가 '사회에 끊임없이 즐거움과 청량감을 주는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이 브랜드 이상 설정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다. 구글과 IBM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모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IBM은 좀 더 똑똑한 세상을 추구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두 가지 인기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제패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브랜드 이상을 갖고 혁신적인 제품으로 핵심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업만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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