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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증장애인 고용 가로막는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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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는 모두가 아는 '즐거운 나의 집'이란 동요의 가사다. 한 여성장애인이 지하철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이동 중에 기우뚱하여 옆으로 넘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다행히 옆에 있던 공익요원의 도움으로 큰 사고는 막았지만 이를 지켜본 시민 중에 한 사람이 생각 없이 "장애인이 얌전히 집에나 있지 왜 기어 나와 기어 나오긴…"이라고 한마디 내던졌다. 같이 지켜보던 사람 중엔 다른 여성장애인이 있었는데 마침 이 말을 들었다. 그는 이 동요를 들을 때 왠지 그때의 장면이 떠오르며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마도 중증장애인이 있을 곳은 '내 집뿐인가'하는 자괴감이 들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외출이 가능하다고 집 안에서 사회로 참여했다고 볼 수 없다. 모든 활동에는 비용이 필요하다. 보통의 시민으로 살아가려면 소득활동이 있어야 한다. 성인이 되어 스스로 소득활동을 할 수 없다면 누구든 위축되고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낄 것이다.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되어 20여년 동안 정부나 기업들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까지 장애인들의 취업기회가 많아진 것은 발전이 분명하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나서서 장애인을 수백명씩 공개모집하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이런 사회변화에도 여전히 외면당하고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 중증장애인이다.

중증장애인도 일을 할 수 있냐고 묻는 사업주도 있다. 직무에 따라서는 비장애인에 비해 뒤지지 않는 분야도 있다. 시각장애인의 안마업 파견 같은 일이 대표적이다. 근로자들의 건강관리와 피로회복에 어떤 물리치료보다 안마가 탁월하다. 자폐성 장애나 지적장애인의 경우 우편물분류업무를 누구보다 성실히 수행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치매노인을 위한 병동에서 지적장애인을 도우미로 채용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신체의 장애가 능력의 장애는 아니다'란 말이 있다. 신체의 장애는 다른 능력을 보완하여 남이 가지지 않은 능력을 갖기도 한다. 시각장애인은 안 보이기에 청력이 남달라 미묘한 소리차이를 감별하는 능력이 우수하다. 피아노조율사에 시각장애인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청각장애인은 귀가 안 들리기에 눈으로 사물을 간파하는 남다른 소질이 있다. 그림 등 예술에 뛰어난 청각장애인이 많은 이유다. 그래서 장애인의 영어 명칭인 'people with disabilities'를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differently abled'로 바꿔 표기하기도 한다.
중증장애인의 일할 기회를 가로막는 것은 우리들의 편견이다. 일할 기회는 잠재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될 것이며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기적을 낳을 수도 있다. 미국의 중증장애인 고용을 위한 제도 중에 '지원고용'이란 제도가 있다.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직무보조원을 붙여 직무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지원제도이다. 지원고용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1인당 우리나라 돈으로 평균 1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효율적 측면에서 보면 고비용이다. 하지만 장애인이 일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고 자아실현을 통해 존재감을 느끼는 적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가치다. 정부는 일반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중증장애인을 고려한 작업환경인 보호작업장을 지원하고 있다. 공공기관들도 전체 구매액의 1%를 중증장애인들이 만든 생산품을 구매하면서 간접적으로 중증장애인들의 소득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일자리를 통해 자립을 실천할 수 있는 사회를 바로 복지국가가 할 수 있을 것이다.

변경희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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