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수용율 10%대에 불과..학교 앞 자취, 원룸 등도 가격부담 심해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이 '주거난'까지 더해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최근의 '전세 고공행진'이 대학가까지 덮쳐 대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 하숙, 고시원, 고시텔 등의 가격까지 동반 상승했다. 취업난에 대학가에 남아있는 취업준비생 및 졸업생에다가 값싼 집을 찾아 대학가를 찾는 직장인들도 가세해 대학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생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대학 기숙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각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18.3%로, 서울은 이보다 낮은 15%에 불과하다. 서울 거주 지방학생의 경우 약 14만명 중 2만여명만 기숙사 이용이 가능한 셈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기숙사 당첨이 곧 로또'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대학직영기숙사가 아닌 민자기숙사는 기숙사비도 월 40~50만원대로 비싼 수준이다. 기숙사에 입성하지 못한 학생들은 원룸, 하숙, 자취방 등으로 내몰린다. 지난해 서울YMCA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자취 및 하숙을 하는 대학생의 52%가 주택법이 정한 최소 주거면적 기준(14㎡) 이하의 좁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고 답했다. 고시원에 사는 학생의 96%, 하숙생의 72%가 '쪽방'에서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학생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해에는 서울 시내 10여개 대학의 학생들이 연합해 '대학생 주거권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주거권 보장을 위해 대학생 임대주택 및 공립기숙사 확충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다른 청년 주거운동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은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청년 주택협동조합'을 주장하고 있다. 껍데기 집이 없는 달팽이인 '민달팽이'가 꼭 자신들의 처지와 닮았다고 해서 '민달팽이 유니온'이라고 이름 붙였다. 연세대 총학에서는 아예 '주거정보조사단'을 꾸려 신촌 지역의 방 정보를 모아 학생들에게 공개하고, 고려대 총학도 '안암골 택리지'를 통해 대학 주변의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고명우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대학 기숙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수익과 지출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기숙사 비용 측정과 관련해 등록금심의위원회와 같은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주호 장관은 "홍제동 연합기숙사의 경우, 대학에서 5만원을 보조해 최대한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기숙사비를 학교 공시에 반영하는 것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현재 정부에서도 뒤늦게나마 기숙사 확충에 나선 상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제공하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서울시의 공공기숙사 등이 대표적이다. 또 교과부와 국토부가 나서서 은평구 여러 대학 학생들이 공동 입주할 수 있는 대학생 연합기숙사도 서울 홍제동에 선보인다. 이 기숙사는 2014년 3월 1학기부터 운영되며, 5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다. 고경모 교과부 기획조정실장은 "서울 내에서 철도부지 등 쓸만한 땅을 계속해서 물색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형 연합기숙사모델이 좋은 모델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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