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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일본, 왜 스포츠청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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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스포츠 육성을 위해 스포츠청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9일 보도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는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을 만나 스포츠청 설치 검토를 지시했다. 자민당은 지난달 16일 실시된 총선에서 스포츠청을 설치하고 스포츠 담당상을 두겠다고 공약했었다.

민주당이 집권했던 2011년 일본 정부는 스포츠 진흥 등을 목적으로 하는 스포츠기본법을 제정하고 부칙에 스포츠청 설치 검토를 명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문부과학성의 스포츠청소년국 가운데 스포츠국을 독립시키고 후생노동성이 담당하는 장애인체육 등 다른 부처의 체육 관련 정책 분야를 통합한 뒤 이를 스포츠청으로 격상시킬 계획이었다.
일본은 2009년에도 초당파 스포츠의원연맹이 국제 대회 성적이 국력에 걸맞지 않는다며 스포츠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단 뜻을 밝혔다. 그러나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과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미치지 못했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바로 스포츠기본법 제정에 박차를 가했다. 정권이 바뀌어서도 스포츠 진흥과 관련된 정책을 꾸준히 내고 있다.

일본은 2007년 12월 도쿄 인근에 스포츠 과학 첨단 시설을 갖춘 내셔널 트레이닝 센터를 준공했다. 이는 한국의 태릉선수촌을 본떴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문부과학성은 2010년 초 ‘스포츠 입국 전략’을 발표하면서 엘리트 체육 강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종합 5위에 이어 1964년 도쿄 올림픽과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미국과 옛 소련에 이어 연속 종합 3위에 올랐던 일본이 이젠 ‘한국 따라 하기’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정권이 입안하고 자민당 정권이 실행하게 되는 스포츠청 독립이 이뤄지면 일본 정부의 체육 예산은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엘리트 체육 강국이었던 일본. 1980년대 생활 체육으로 스포츠 정책의 방향을 튼 그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20여 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1992년 8월 1일 바르셀로나 올림픽 메인 프레스 센터에 있던 일본 기자들은 소란스러웠다. 조금 전 그곳을 지나간 여자 마라톤에서 아리모리 유코가 독립국가연합(EUN, 옛 소련)의 발렌티나 예고로바에 이어 2위(2시간32분49초)로 골인했다.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 800m 은메달리스트 히토미 기누에 이후 64년 만에 여자 육상에서 획득한 올림픽 메달. 이튿날 메인 프레스 센터에 배달된 아사히, 요미우리 등 주요 신문의 1면은 그녀의 얼굴로 장식됐다.

아리모리의 은메달 가치는 높았다. 당시 일본은 종합 17위(금 3개, 은 8개, 동 11개)에 그쳤다. 종합 7위(금 12 은 8 동 11)의 한국에 뒤진 건 그렇다 해도 금 4개, 동 5개의 북한에까지 밀렸다. 1930년대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위세를 떨친 일본으로선 믿기 어려운 성적이었다.

한국은 1988년 서울 대회에서 처음으로 일본보다 높은 올림픽 종합순위를 기록했다. 이후 4회 연속 밀려난 일본은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종합 5위로 재도약하며 한국을 앞질렀다. 원동력은 유도에 있었다. 일본은 이 대회 유도에서만 금메달 8개와 은메달 2개를 차지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길지 않았다. 일본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한국 7위-일본 8위)과 2012년 런던 올림픽(한국 5위-일본 11위)에서 또다시 한국에 뒤졌다. 주력 종목인 유도는 베이징 대회에서 금 4개, 은 1개, 동 2개로 비교적 선전했으나 런던 대회에선 금 1개, 은 3개, 동 3개에 머물렀다.

한국은 이전의 일본처럼 2000년대에 들어서며 생활 체육으로 전환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은 여전히 국력의 각축장. 일본의 움직임이 그 같은 세태를 반영한다. ‘한국 따라 하기’에 나선 일본이 외청인 스포츠청을 신설하려 하는데, 한국은 체육 관련 정부 업무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에서 맡고 있다. 한때 체육부, 체육청소년부 등으로 정부 내 위상이 만만치 않았던 체육이었는데 말이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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