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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눈을 감았다!"..안창홍 '아리랑'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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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아리랑2012'4' 앞에 선 안창홍 작가.

작품 '아리랑2012'4' 앞에 선 안창홍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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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은 흑백사진‥세파에 휘청인 보통 사람들에 대한 연민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모두 눈을 감았다.' 졸업생, 기생, 입양아, 가족, 결혼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두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후 격동의 근대를 살다 간 보통 사람들이 이렇게 눈을 감은 채 다가왔다. 흰색 저고리에 검정색 치마로 통일된 근대 교복을 입은 수십명의 여학생들은 모두 눈을 감고 호숫가에 앉아있다. 그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나무는 상처가 벌어진 듯 붉은 색이다.

'미술계 이단아'로 알려진 안창홍 작가(남·59)가 이번엔 인물들의 눈을 감긴 작품들을 들고 나왔다. 그동안 1950년대 사진을 주종으로 '가족사진' 연작을 보여줬던 그가 이번엔 다른 표현방식으로 '아리랑' 시리즈를 선보인다. 앞서 그는 인물들의 눈을 도려내거나 얼굴을 종이가면으로 가리는 방식을 써왔다.

안 작가는 "우수와 비애감, 침잠된 듯한 시각적 효과와 사진이 가진 기억을 환기하는 고유한 정서를 뒤집어 존재의 부재를 느끼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신을 담고 있는 눈을 감겨 관람자와 인물들의 교감이 단절된 것 같으면서도 인간 삶의 유한성과 사진을 통한 내면의 대화를 건네는 침묵의 역설을 의도한 것이었다.
이번 '아리랑' 시리즈는 모두 사진 자체를 활용하거나 사진의 내용을 모티브로 해 회화적 방식으로 변용해 그린 것들이다. 작가가 골동가게나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우리 근현대 사진들을 수집해 재해석한 것들이다. 이렇게 작업해 전시되는 작품들이 모두 20여점이다.

안창홍 작가의 작품 '아리랑2012'16'.

안창홍 작가의 작품 '아리랑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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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작가는 "과거의 시간 속에서 한 장의 사진에 포개진 가해(?)의 흔적과 눈을 감기는 행위를 통해 평범하게 살다가 죽은 보통사람들의 지난한 삶에 대한 연민과 한, 상처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시대 야만과 불길한 미래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작업 동기를 설명했다.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얼룩이나 덩어리들, 긁히고 뜯어진 부분들은 "탄압과 격변의 역사가 이들에게 줬을 고통과 상처다."

그는 "그 시대의 한 인간, 개인을 넘어 사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옛 사진을 통해 지금의 삶에 함께 살아 숨 쉬는 우리의 아리랑을 느낄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안 작가는 고졸 출신으로 전문화된 교육을 거부하고 미술계에 입문한 이력을 지닌 구상작가다. 그의 작품들은 현실을 기반으로 인간 내면에 숨겨진 본능과 욕망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면서도 해학과 비판도 담아내고 있다는 평이다.

전시는 다음달 9일까지. 페이지갤러리 문의 02-3447-0049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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