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그 배경에 대해 "보통 야당 연설이 기존 정부 비판이 많은데 이번엔 우리가 집권해서 할 일, 정책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며 "의회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우연히 마주친 것을 소개하면서 "예산심의 잘하자"면서 " 이번 예산은 이명박 정부가 집행할 게 아니고 당신 당이나 우리 당이 집행하는 거니 잘하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형제폐지의 경우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대표연설에 언급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오자 이를 반영해한 것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날 연설에서 관심을 모은 것 중 하나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 체결 제언이다. 그러면서 소개된 인물이 빔 콕이다. 이 대표는 "대표적인 사회협약 중에 네덜란드의 바세나르협약(Wassenaar Agreement)이 있다" 면서 "이 협약의 주역이 당시 노총위원장인 빔콕인데 그 분은 당시에 상당히 양보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이후 10년간 네덜란드 경제는 고성장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네덜란드는 노사가 중심이 돼 협의를 했고 아일랜드는 사회협약을 맺어온 20년 동안 노사뿐만 아니라 여성단체, 농민단체, 소비단체, 환경단체들이 다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선별적 복지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다. 대학등록금고 새누리당의 실질적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명목등록금, 즉 고지서에 찍혀 나오는 등록금 총액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복지예산도 늘려야 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도 현재 최저생계비에 못미치는 빈곤층에 추가로 차상위, 차차상위계층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여기서 미국의 저명한 판사인 라과디어의 사례를 소개했다. 라과디어는 뉴욕시 판사로 재임하던 중 어린 손자 3명을 돌보던 가난한 노인이 배고픈 손자들을 위해 빵집의 빵을 훔쳤다가 경찰에 잡혀온 사건의 재판을 맡았다. 라과디어는 이 노인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과연 무엇이 이 불쌍하고 힘없는 노인으로 하여금 빵을 훔치게 만들었는가를 진지하게 물었다. 이에 자신을 포함한 뉴욕시민 모두의 책임이라고 선언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벌금을 부과했고 재판정에 앉아있던 방청객들에게도 벌금을 내게 했다. 그리고 즉석에서 그 벌금을 걷어서 노인에게 줬다. 그 노인은 벌금을 물고 남은 돈을 받아 쥐고는 눈물을 흘리며 법정을 떠났다.
이 대표는 이 스토리를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이 판사가 오늘날에도 미국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라과디어 판사이며, 그의 이 판결은 미국 역사상 명판결로 꼽히고 있다"며 "뉴욕시에는 두 개의 큰 공항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케네디공항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 판사의 이름을 딴 라과디어 공항"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민방위 제도에 대한 신선한 제안도 내놨다. 현재 민방위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출근 전에 잠시 들러 참석서명만 한 뒤 정상업무를 보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지금은 요식행위에 불과한데 이를 앞으로는 사회재난대비 훈련 정도로 바꿔 치안을 예방하는 데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아동 성범죄및 치안강화를 위해 정부,지자체 등이 참여해 사회적기업 형태로 퇴직자를 채용, 이들은 통학시의 가디언(보호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소개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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