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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고바야시, 잡초 근성으로 선 다섯 번째 마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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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고바야시, 잡초 근성으로 선 다섯 번째 마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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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고바야시 료칸(고양 원더스)에게 한국은 다섯 번째 프로무대다. 1998년 일본 지바롯데를 시작으로 14년 동안 미국, 대만, 멕시코 등을 전전했다. 야구 하나만을 위한 도전이었다. 출발은 가시밭길이었다. 지바롯데로부터 6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5년 동안 한 차례도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주니치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에도 다르지 않았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배팅볼 투수를 담당했다. 현역으로 복귀한 건 2006년 미국에서였다. 독립리그 북부리그 캘거리 바이퍼스에 입단해 40경기(69.1이닝)를 소화하며 2패 평균자책점 5.32를 기록했다. 시즌 종료까지 고바야시는 한 차례도 명단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지만 끝까지 근성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듬해 8월 무대는 시코쿠리그로 옮겨졌다. 카가와 올리브 가이너스에 입단, 중간계투로 15경기를 뛰며 1승 2패 1세이브의 성적을 남겼다. 끊임없는 노력은 2008년 대만에서 빛을 발휘했다. 형제 엘리펀츠 입단 테스트에 합격해 선발투수로 활약, 10승 6패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다. 세 차례 완투, 탈삼진 110개 등의 맹활약으로 고바야시는 그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듬해 9승(9패)을 올렸지만 6.06의 높은 평균자책점과 팀의 대만시리즈 진출 실패를 이유로 방출의 아픔을 맛봤다. 고바야시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태평양 건너 멕시코의 겨울리그에 참가했다. 할라파, 멘도자, 엔세나다 등의 유니폼을 입으며 타진한 메이저리그 구단 입단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난 2월 10일 지인의 소개를 받아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서는 기회를 얻었다.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다. 고바야시는 “야구를 할 수 있다면 세계 어느 리그든 상관없다”며 “한국 야구 특유의 파워, 스피드를 경험해보고 싶다”라고 입단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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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영입으로 원더스 측이 노리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전력 상승과 기존 선수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 제공이다. 구단 측은 그를 데려오며 “투구, 경기운영 능력 등의 기량 차원에서 베테랑이나 스타 선수가 없는 선수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달여 동안 매겨진 점수는 100점에 가깝다. 한 관계자는 “김성근 원더스 감독 특유 고된 훈련에도 인상을 찌푸리는 법이 없다. 성실한 태도로 다른 선수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긍정적인 성격에 활발하기까지 하다”며 “다섯 리그에 뛰어들 수 있던 원천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고바야시는 “팀 내 일본 독립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3명이나 있어 선수단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체력적인 부담은 있다. 올해 나이는 33살로 팀 내 최고령이다. 고바야시는 “훈련 강도가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 ‘김성근 야구’를 잘 모른다. 여러 가지 교육방법들을 함께 배워나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김성근 감독은 그를 승리 계투조의 중심으로 기용할 방침이다. 아직 퓨처스리그 마운드는 밟지 못했다. 원더스가 24일 현재까지 3경기를 치르는데 그친 까닭이다. 연습경기에서 뽐낸 구위는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평이다. 던지는 구종은 직구, 투심,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등 다섯 가지. 스스로 최고로 손꼽는 건 직구와 투심이다. 연습경기에서 직구 구속은 최고 시속 144km를 찍었다. 고바야시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충분히 150km까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타자들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앞으로 더 강한 선수들과 많이 맞붙고 싶다”라고 밝혔다.
한국에 대한 호기심은 생각보다 깊다. 고바야시는 원더스 입단 전 일본 독립구단으로부터 플레잉 코치 제안을 받았다. 제의를 거절한 건 두 가지 욕심 때문이다. 4, 5년 전부터 관심을 갖게 된 한국야구의 경험과 보다 긴 선수생명의 확보다. 고바야시는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힘들다”면서도 “어느덧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법을 알게 됐다. 어떤 문제가 생겨도 포기란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원더스가 아니더라도 야구인생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바롯데에서 퇴출당한 10년 전부터 그는 잡초였다. 네 차례 합동 트라이아웃 낙방과 배팅볼 투수 전락에도 여전히 선수생활을 유지한다. 피땀으로 얻어낸 다섯 번째 프로무대. 마운드에 선 고바야시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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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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