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10 라디오] 윤종신, 추억을 만드는 발명가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월간 윤종신’은 일종의 발명입니다. 윤종신은 서태지처럼 신비롭거나 이승환처럼 폭발적이거나 유희열처럼 예민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젖은 모래 위를 힘주어 걷듯 매달 노래를 남깁니다. 그리고 그 자국은 창작자의 생활인 동시에 청취자의 일상이 됩니다. 만든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가 앞으로 영영 ‘나른한 이별’을 떠올릴 때마다 벚꽃도 목련도 아닌 개나리가 만개한 4월을 기억하게 된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자 은밀한 교감이 될 것입니다. 심지어 앞선 달에는 김완선의 목소리로 애절한 발라드를 만들고 들었으며, 일 년 전 4월에는 장필순의 목소리로 무심하게 봄을 환영하는 인사를 만들고 들었던 기억이 겹쳐지면서 윤종신의 일지는 어떤 사람들에게 추억을 정리하는 서랍으로 활용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까 모두의 월간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윤종신이 정말로 선명한 것은 그가 다만 성실하고 부지런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롤러코스터의 해산 이후 오래간만에 조원선의 목소리에 제 빛을 찾아 준 ‘나른한 이별’은 고집스러워서 오히려 재치가 느껴지는 조정치의 기타와 미묘한 위트가 돋보이는 가사까지 프로듀서로서 윤종신의 노련미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입니다. 담담하지만 쓸쓸하고 그러면서도 뾰로퉁한 나른함이라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이 노래는 더할 나위 없이 명쾌하게 그려내 버리니까요. 한 번도 거대한 펀치를 날린 적 없지만 멈추지 않고 걸어온 남자의 잽, 잽, 어퍼컷이 듣는 이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구멍을 뚫을 수 있는지, 윤종신은 증명합니다. 그래서 간밤에 시름과 좌절에 엎드려 울었던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아직 겨울은 멀고, “봄이라서 다행이야”라고 시작되는 노래는 툭, 어깨를 두드립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언젠가 떠올릴 2012년의 4월이 되겠지요.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자동차 폭발에 앞유리 '박살'…전국 곳곳 '北 오물 풍선' 폭탄(종합)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국내이슈

  • 중국 달 탐사선 창어 6호, 세계 최초 달 뒷면 착륙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