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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라디오] 파이브 핑거스 데쓰 펀치, 고수의 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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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킬빌>의 오마주로 더욱 유명해진 정창화 감독의 영화 <죽음의 다섯 손가락>에서는 수많은 홍콩 무술 영화에서 되풀이된 클리셰가 다시 한 번 등장합니다. 주인공 제자에게 비급 ‘철권비급’을 물려주며 ‘정의를 위해서만 써야 한다’고 당부하는 스승의 모습이죠. 이제는 영화감독으로 더 익숙한 유하는 자신의 첫 시집에 수록된 ‘돌아온 외팔이’에서 이런 홍콩 영화의 정서에 대해 ‘그러고 보면, 자신의 재주를 삼가고 귀히 여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앞서의 영화에서 팀 이름의 힌트를 얻은 멜로딕 코어 밴드 파이브 핑거스 데쓰 펀치의 곡 ‘Remember Everything’의 꽉 찬 사운드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기운은 그래서 혹여 불의의 살생이라도 저지를까 싶어 죽음의 다섯 손가락을 꽁꽁 봉인한 홍콩 영화 주인공을 연상케 합니다.
‘Under And Over It’ 같은 격렬한 넘버에서 괴력의 울부짖음을 들려주던 보컬 아이반 무디지만 ‘Remember Everything’의 그에게선 여타의 하드코어 밴드보단 크리드나 니켈벡 등의 이름이 연상됩니다. 단순히 조금 부드러워진 메탈 사운드라는 뜻이 아닙니다. 곡 전반부에 흐르는 현악 편곡과 후렴구에서 폭발하는 헤비메탈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지만 서로 다른 분위기가 정중동을 이룬다기보다는 가장 서정적인 순간에도 묘한 긴장감과 박력이 곡을 지배한다는 게 정확합니다. 자신을 찌럭찌럭 건드는 양아치들 따위 순식간에 몰살할 수 있지만 가벼이 손을 휘두르지 않는 고수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류의 박력 말이지요. 마찬가지로 시원하게 터져 나오는 아이반의 목소리와 기타 사운드는 충분히 헤비하지만 절제 없이 휘둘러대는 살수와는 느낌이 다릅니다. 강한 힘을 가진 만큼 더 조심스럽고 정확하게 청자의 가슴을 때리는 고수의 미덕이 여기에 있습니다. 강호의 도란, 이런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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