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걸그룹 '소녀시대'를 두고 '쭉쭉 빵빵'이란 표현을 썼다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는 한 최고경영자 조찬에서 "춘향전은 변 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라고 말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금융계에서도 최고경영자(CEO)의 말 한마디가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곤 한다. 다른 게 있다면 정치는 표가 걸려있지만 금융에서는 돈이 걸려 있다는 점. 한 금융단체의 CEO는 폭언과 '저렴한' 언행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기자들이 그 회사 직원을 만나면 첫 인사가 "힘드시죠"라는 안부다. 과거 그 CEO가 근무하다 퇴임한 직장에서 부하 직원들이 회식을 하면서 만세삼창을 외쳤다는 다소 과장된 일화까지 전해지고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기획재정부 장관 재직 시절 "다른 기업을 인수하면서 은행돈으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재정부에서는 말실수라고 해명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산업은행장 자격으로 인수ㆍ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CEO가 설익은 상태에서 말을 꺼내 일을 그르치거나 영업 전략이나 비밀을 노출시켜 낭패를 자초하는 사례도 흔하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독일 코메르츠은행으로부터 인수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가 곤란을 겪고 있다. 사실이라면 피인수를 요청했던 코메르츠은행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일이다. KB금융 측에서는 부랴부랴 해석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한은행의 인도네시아 은행 M&A도 딜(deal)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대상과 수치가 알려진다면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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