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95개 아이디어…주부의 '진심'을 모아 짓다
◇e편한세상의 1막 브랜드 아파트 개막= 대림산업은 국내 최초로 아파트에 브랜드를 도입했다. 이어 채시라씨를 주인공으로 브랜드 광고를 시작했다. 이는 현 대림산업의 대표이사인 이해욱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진다. 기존 '대림아파트'에서 'e편한세상'으로의 탈바꿈은 '아파트 브랜드 시대'를 여는 시초가 된다. 이후 모든 건설회사에서 각종 연예인을 내세워 광고에 나섰다.
◇2막 '진심이 짓는다'= 총 6995가지 아이디어가 모였다. 2011 e편한세상 진심공모전은 그간 쌓여있던 주부들의 한이 모였다. 일방적으로 아파트를 지어 팔던 시대가 낳은 불편한 진실이었다. 주민들은 자신이 갖고 있던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아 제보했다. 대림산업은 소중한 의견 중 100여개의 의견을 담아 책으로 엮었다.
'진심아 부탁해'의 첫번째 아이디어는 '지하주차장 벽면 주차유도선 긋기'다. 지하주차장 벽면 쪽 전·후방 주차시 바닥 주차유도선을 사이드밀러로 확인해 주차한다. 만약 바닥 주차유도선이 벽면까지 수직으로 연장해 그리면 옆 공간의 안전성을 유지하며 매우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걷기 열풍으로 아파트 계단이 하나의 운동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살린 의견도 나왔다. 계단에 층 표시와 함께 1층부터 걸어 올라갔을시 칼로리량, 방향 안내, 최상층 도달시 축하 인사말 등을 표시하는 사인몰을 설치하자는 의견이다.
엘리베이터를 예약하는 시스템도 실생활에 꼭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폰을 통해 현재 엘리베이터 위치를 확인하고 엘리베이터를 예약할 수 있다면 엘리베이터 앞에서 몇 분씩 기다리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림산업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의견도 접수됐다. 가스밸브, 조명, 보일러까지 외출 후 잠궜는지 열어뒀는지 아리송할 때 현관에 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스위치가 설치되면 좋겠다는 제안이다. 대림산업은 이같은 시스템을 용산 신계 e편한세상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발씻는 세면기, 가상으로 가구 배치를 할 수 있는 '내 집 꾸미기 어플', 세차장, 엘리베이터 안전선, 놀이터에 있는 아이를 찾을 수 있는 인터폰과 스피커, 아파트 입구 바닥에 동결방지 시스템 설치, 벽에 구멍 안내는 액자걸이, 유치원 차량 승차대, 택배, 은행 등 각종 영수증을 파기를 위한 아파트경비실 혹은 분리수거함 근처에 문서파쇄기 설치 등의 의견도 나왔다.
◇3막 "기본이 혁신이다"= 김종인 대림그룹 대표(부회장)는 올해초 그룹 전체 임원들과 함께 경영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기본은 혁신이다'라고 강조했다. 기본을 지키고 실천할 때 비로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e편한세상은 이같은 기업 가치를 이어나가고자 올해 조사한 바를 내년부터 실제 아파트에 접목한다. 기존에 10cm 더 넓은 주차장, 어린이 보육공간이 있는 아파트에서 한 단계 진화한 아파트를 선보이는 셈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공모전 당시 하자 접수 등 입주민의 불만만 접수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전문가들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대거 접수돼 내년 초부터 입주 및 분양 아파트에 아이디어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한 '주차장 유도선 긋기'의 경우 대림산업의 설계 부문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놀라운 아이디어였다. 주차장 선을 더 긋는 것만으로 실제 주차를 쉽게 할 수 있을지는 더 연구해야하지만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이어 대림산업은 인터폰 등을 개량해 설정해 놓으면 현관에 있는 버튼 하나로 TV, 컴퓨터, 조명, 음악, 보일러 등을 한꺼번에 작동시킬 수 있는 장치도 개발에 착수했다.
이 관계자는 "입주민의 아이디어가 단발성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분양상품을 기획시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연구·개발부문에서도 입주민들이 좀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시제품 마련에 절치부심"이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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