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연말 회계결산을 앞두고 퇴직연금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덩치가 큰 기업들이 법인세 절감을 위해 직원들의 퇴직연금 가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 기업들이 어느 금융회사를 퇴직연금 운용사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시장순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의 퇴직연금사업 담당자는 "기아차는 퇴직연금 가입 규모가 1조원 가량으로 현대자동차의 가입 규모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지난번 현대차의 경우처럼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을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건설의 퇴직연금 운용자로는 주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동의가 있어야 기업이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는데, 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기업들은 일반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조의 권한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퇴직연금 계약이 연말에 몰리는 것은 회계상 손비처리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내에 적립하는 퇴직급여 충당금의 손비인정 비율이 해마다 줄어드는 대신,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전액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 퇴직연금 제도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조치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은 올해중 퇴직금 충당금의 25%만을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있으며, 내년에는 20%로 인정비율이 떨어져 법인세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 오는 2016년에는 사내에 적립하는 퇴직 충당금은 전혀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올해 안에 대기업들의 퇴직연금 가입이 이어질 경우 증권업계의 시장 점유율 순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8월 말 현재 증권업계의 퇴직금 시장점유율 1위는 적립금 1조9226억원을 확보한 HMC투자증권이다. 2위인 미래에셋증권(1조2420억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증권사는 7000억원 미만으로 대어급 기업체의 퇴직연금 물량을 확보할 경우 순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한 증권사의 퇴직연금사업 담당자는 "기업들이 적립금 규모가 많은 증권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많아 총 적립금 규모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