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중공업·신아조선 인수하며 승승장구
뇌물공여 및 비자금 조성 등 밝혀지며 경영서 손떼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한 금품 제공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임병석 C&그룹 회장과 함께 2000년대 중반 조선업계에 뛰어들었다가 비리로 오명을 쓴 인물이다.
4년 뒤인 1998년에는 해태중공업 창원공장을 인수해 국내 최초 신형 무궁화 객차의 개발로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성장 가도를 구가했으며, 2000년대 초반 대구 지하철에 철도 차량을 공급해 큰 돈을 벌었다.
SLS라는 그룹명은 ‘바다(Sea)-땅(Land)-하늘(Sky)’에서 각각 큰 족적을 남기는 기업이 되자는 뜻이 담겨져 있으며, 이 회장이 직접 고안했다고 한다. 그룹명에 맞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이 회장은 2006년 종업원 지주제로 운영되고 있던 경남 통영에 소재한 신아조선을 인수해 사명을 ‘SLS조선’으로 바꿨다.
그를 아는 주변인들은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인데다가 머리가 비상하고 치밀했다”며 “사업에 있어 운을 잘 타고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성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비자금 조성 및 뇌물 공여 등 떠돌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던 것이다. 창원지법은 지난해 11월 뇌물공여 및 허위공시, 비자금조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형인 이모 대표이사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 회장으로부터 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진의장 전 통영시장이 임기를 6개월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은 2007년 8월 SLS조선의 1400억원 규모 자본잠식을 은폐하기 위해 싱가포르 소재 해운회사로부터 차입한 1억달러를 자본으로 허위 공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으며, 200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SLS조선 및 중공업과 하청업체 사이의 공사비를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4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주택구입과 채무변제 등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구속기소되는 등 급성장의 배후에는 편법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 회장이 회사로부터 뽑아낸 돈을 뇌물 제공의 수단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경기가 한창이던 2000년대 초·중반 그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동원력이 엄청났기 때문에 뇌물 공여 대상 인물 수와 범위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의 불법이 드러난 뒤 경영난을 겪던 SLS그룹은 해체의 길로 들어섰으며, SLS조선은 워크아웃에 돌입해 신아조선으로 이름이 다시 바뀌고, 일부 회사는 매각되거나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회장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자신에 대한 수사가 정치권의 외압 때문이라며 억울함을 주장하며 뇌물공여 대상을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이 회장 스스로 밝힌 데로 결국 깨끗하지 못한 방법으로 기업을 운영한 데 따른 도의적 책임은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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