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가 무산됐음에도 한나라당은 야당의 투표거부 운동으로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사실상의 승리'라 주장했다. 낮은 투표율도 민심이다. 결과에 승복하고 시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바른 도리다. 오 시장 역시 "시장직을 걸겠다"는 자신의 말에 책임져야 한다.
주민투표의 당초 취지는 무상급식의 범위를 시민들이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 시장이 시장직을 주민투표와 연계하고 여야 정치권이 적극 개입하면서 정치투표로 변질됐다. 그러다 보니 고질인 이념과 계층 간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갈등을 키우고 상처만 남긴 주민투표가 됐다. 후유증이 걱정이다. 어린 학생들의 급식 문제조차 대화로 풀지 못하는 정치권의 무능이 이런 사태를 불렀다. 서울 시정의 책임자인 오 시장의 책임이 크다. 시장직을 연계한 것도 그렇다. 여야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과 편 가르기를 유도한 야당의 책임도 있다. 정치권은 갈등을 키운 데 대해 반성하고 후유증 치유에 노력해야 한다.
증대되는 복지욕구와 재정 건전성의 균형점을 어떻게 맞춰 가느냐가 이제부터의 과제다. 이번 투표 결과 보수 쪽의 '포퓰리즘 복지' 주장은 입지가 약해졌다. 복지욕구는 증대될 게 분명하다. 문제는 이에 편승한 정치적 포퓰리즘이다. 내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가 경쟁적으로 선심성 복지정책을 쏟아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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