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 울린 '평화의 오케스트라'

15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가 평화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임진각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울려퍼졌고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라는 노랫말처럼 하나된 울림이 전해졌다. 사진=크레디아 제공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그들의 음악이 감동을 준 건 단지 선율이 아름다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감동은 연주를 했던 오케스트라의 특별한 이력과 연주회가 열린 장소가 담고 있는 그 의미에서부터 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대표 분쟁 지역 출신 청년들로 구성된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 Eastern Divan Orchestra)'가 임진각에서 연 '다니엘 바렌보임 평화콘서트' 얘기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등에서 공연을 펼치며 '평화의 오케스트라'로 이름을 알려 온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가 광복절을 맞아 15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다니엘 바렌보임 평화콘서트'를 열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그 소리만으로도 임진각을 찾은 관객 1만 여명의 마음을 적시기에 충분했지만, 더 깊은 감동은 분단의 상징인 임진각에서 '평화의 오케스트라'가 남북의 하나됨을 바라는 연주를 했다는 데서 나왔다.

1999년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꾸린 아르헨티나 출신 지휘자 바렌보임이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바렌보임은 이날 임진각 평화콘서트가 갖는 의미와 관련해 "갈등은 세계 곳곳 어디에나 있고 한국에도 있는데, 이건 대화의 부족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며 "한 번의 연주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순 없겠지만 음악으로 남북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도록 만들 수는 있다"고 말했다.

남북한 국민이 한 자리에 모여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임진각 공연을 결정했다는 바렌보임의 말은 마냥 이상만을 좇지 않고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더 와 닿는다. 누구보다 화합을 간절하게 꿈꿨고, 또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길 바라 온 그다.

이날 단상에 오른 바렌보임의 지휘봉이 허공에 오르자 임진각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울려 퍼졌다. 남과 북이 불과 수십에서 수백 km 거리를 사이에 둔 임진각에서 연주된 '합창'은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서로 포옹하라'는 그 노랫말처럼 하나된 울림을 전했다. 이번 평화콘서트엔 소프라노 조수미와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박지민, 베이스 함석헌, 연합합창단(국립합창단ㆍ고양시립합창단ㆍ서울 모테트 합창단) 등이 함께 했다.

성정은 기자 j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