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원·부자재 가격인상분 반영할수도 안할수도 없어
농심 라면값은 작년 수준·과자값은 올려…정부 반응 주시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손실을 막기 위해선 원부자재 가격의 인상분을 포함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답답한 심정입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권고'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과징금 폭탄'이라는 카드를 내밀면서 서슬 퍼런 권력을 휘둘러온 정부이기에 식품업체들의 '눈치보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오픈 프라이스 제외 품목으로 선정된 과자업체 중 가장 먼저 권장소비자 가격을 결정한 업체는 농심이다.
그러나 과자류에 있어서는 현재의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표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권장소비자가격 기준은 새우깡이 900원, 바나나킥과 양파깡, 벌집핏자, 오징어집, 자갈치 등은 800원으로 권장소비자가격 폐지 전인 1년 전보다 100원씩 올랐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스낵 제품의 경우 지난 2008년 2월 이후 3년을 넘긴 지난 올 5월에서야 겨우 출고가를 올렸다"며 "정부가 작년 6월 권장소비자가격으로 유도중인 것을 알고 있지만 이 경우 오히려 2008년 가격으로 회귀해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처지"라고 하소연 했다. 추가적인 인상이 아니라 기존 인상분의 현상 유지라는 주장이다.
농심의 이같은 방침에 그동안 권장소비자 가격을 편의점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할 것이냐, 대형마트 할인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설왕설래를 해왔던 업체들도 늦어도 다음 주까지 최종 표시가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자의 경우 라면업체인 농심에 비해 훨씬 더 많은 품목을 갖고 있는 제과업체들은 연일 회의를 지속하며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농심의 가격 결정에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에 대해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권장소비자 가격에 대해서는 여러 안들이 나왔으나 최근 농심이 치고 나와 가격 결정 기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반응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과업체 관계자도 "기존 제품 소진을 염두에 두고 순차적으로 가격을 결정해나갈 계획"이라면서 "가격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정부 권고를 무시할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대표 제과업체들은 올 초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4월 해태제과가 24개 제품의 공급가격을 8% 정도 올린 것으로 시작으로 5월 들어 오리온이 비스킷류 10개 품목과 스낵류 3개 품목의 출고 가격을 11~25% 인상했다. 같은 달 롯데제과는 22개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 인상했으며 크라운제과는 29개 제품의 출고 가격을 7~9% 올렸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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