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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단상]'7년 뒤 평창'과 '7년 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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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부터 해피700을 외치며 지역개발 마케팅에 힘쓰던 강원도 산골 평창이 큰일을 해냈다. 4만 인구의 작은 마을이 세계의 눈을 움켜쥔 사건은 전 국민의 응원 속에서 이뤄졌다.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세계 스포츠의 그랜드슬램 달성이라고 평가함으로써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를 조명해 줬다. 오래 전 필자의 대학원 부설 연구소 시절에 모 대학 교지에 게재할 원고 청탁을 받은 일이 있다. 도시계획을 전공했으니 그것과 관련된 글을 썼는데 그 내용은 한마디로 한 나라의 도시 및 지역 발전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즉, '개발도상국인 한국의 도시개발은 서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도시는 계획적이 되며 말끔해진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지금처럼 청년취업이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필자는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차 있었고 결국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지역개발은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평창에도 향후 많은 재정과 민간자본이 투자될 것이다. 그 투자로 인해 낙후됐다고 의기소침하던 평창 지역 주민의 마음은 올림픽 성화처럼 희망의 봉화로 타오르게 될 것이다. 그 희망만으로도 동계올림픽의 유치는 위대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이 일을 계기로 평창을 바라보는 국민의 이목은 당연히 또 하나의 새로운 지역개발 비전으로 옮겨가게 된다. 88 서울올림픽이 서울 강남의 개발효과를 극대화했다면 월드컵은 주요 대도시의 개발축을 변화시켰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세계인의 시선을 경기장뿐 아니라 마라톤 코스라는 도로 공간을 향하게 함으로써 가로경관 정비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이렇듯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서도 강원도 일대에 새로운 지역개발 기법의 도입이 기대되며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변모될 것을 상상해 본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2018년이니까 88 서울올림픽과는 꼭 30년의 격차가 벌어진다. 그 당시와 비교할 때 서울의 발전은 놀랄 만하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 세계적 도시가 됐다. 그러나 그 외형에 비해 그 속은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것이 별로 많지 않다고들 한다. 여기서 평창의 7년 후와 서울의 7년 후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은 무의미한 일만은 아닐 듯싶다.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해서 이 지역에 투입할 재정과 서울시의 재정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앞으로 7년여 동안 두 지역에는 모두 막대한 공공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평창과 강원도 주민들은 벅찬 희망에 들떠 있는 반면 서울시민에게서는 왜 평창과 같은 벅찬 희망의 냄새를 맡아볼 수 없는 걸까.
한 국가의 수도에 그러한 희망의 냄새가 없다는 것은 나라 전체에 그러한 벅찬 희망의 불빛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수도와 지방이 균형 발전해야 한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지만 수도는 그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다.

평창과 서울은 전혀 다르지 않느냐는 생각은 우선적으로 버려야 한다. 입지와 규모는 차이가 있지만 거기 사는 사람은 다르지 않다. '모든 국가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도 있다. '희망을 주지 못하는 군주는 차라리 백성을 굶겨라! 거기서라도 희망을 보게!'라는 독설도 있다. 이 말들은 희망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치도 그러한 목표에 도달한 하나의 사례다. 적어도 7년간 그 벅찬 희망이 주는 행복을 만끽할 평창과 강원도 주민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이러한 때에 서울은 국가적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서울시민들이 평상심으로 돌아오기 전에 미래를 향한 벅찬 희망을 선물로 준비하기를 기대한다.

윤주선 한호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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