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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임혜영|옷에 꽃을 수놓은 짙은 ‘여인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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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임혜영 ‘옷-마음 그리고…’ 시리즈

<'옷-마음 그리고…'>시리즈 53×33.3cm oil on canvas, 2011.

<'옷-마음 그리고…'>시리즈 53×33.3cm oil on canva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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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당당한 그녀들의 일상 이야기

초여름 아침 햇살이 정갈하게 초록 잎 위로 내려앉았다. 마음 여는 것은 예감이 먼저 알아차리는 것일까. 알싸한 아카시아향이 꽃마차에 맴돌았다. 그때서야 긴 다리로 수줍게 걷던 말(馬)이 고개 들어 흥겹게 달릴 채비를 했다. 그날, 별 빛나던 밤 하얀 찔레꽃은 비에 흠뻑 젖었다. “당신, 돌을 던져서 쫓아버릴 수 없고/당신, 칼로 베혀서 져버릴 수 없다/차마, 사랑은 물로 된 육체더라”<서정춘 시, 당신>
거리는 젊음으로 넘실거렸다. 경쾌한 그림자들은 포옹하듯 순간 머물다 흩어지고 가로수엔 플라타너스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토마토와 오렌지를 수북이 쌓아놓은 과일가게 아저씨는 나무 아래에서 세상 아랑곳없이 졸고 있었다.

보라색 사르비아 꽃을 테라스에 빼곡히 키우는 목재건물의 2층 카페는 한 점 그림이 회자되고 있었다. 바닷물을 죄다들어 올릴 듯 두 다리를 힘차게 뻗고 수면 가까이 고기를 낚으려는 회색날개 바다 새가 있는 그림은 사람들을 압도할 만큼 위엄이 서려 있었다. 그 뿐만 아니었다. 턴테이블에선 호세 카레라스(Jose Carreras)의 “The Lord's Prayer(주기도문)” 가 자주 흘러나왔다.

<'옷-마음 그리고…'>시리즈 45.5×53cm oil on canvas, 2011.

<'옷-마음 그리고…'>시리즈 45.5×53cm oil on canva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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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때면 거의 창가에 긴 담배를 즐겨 피우는, 커다란 떡갈나무 잎 아래 잠든 오색 꽃무늬가 선명한 치마를 즐겨 입는 창백한 얼굴의 늙은 마담이 조는 듯, 참회하는 듯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이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재잘거리며 올라온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낸 젊은 여자들은 그 광경 앞에선 이상하리만큼 조신한 숙녀로 돌변했다. 그래서 그 카페는 늘 사람들로 넘쳐났지만 조용조용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종종 그녀는 나직이 질문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당신은 이 시가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야/한다고 생각하는가?”<오규원 시, 시작 혹은 끝>

우아함과 자신감을 입는 그녀

스카이블루 컬러 바탕에 레몬나무를 주제로 디자인 한 원피스는 그녀가 발랄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노란 과일이 툭툭 떨어져 신맛 향이 거리를 가득 메우는 듯 했다. 패션계 최고 디자이너를 꿈꾸는 그녀에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옷-마음 그리고…'>시리즈 53×45.5cm oil on canvas, 2011.

<'옷-마음 그리고…'>시리즈 53×45.5cm oil on canva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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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케이크를 준비한 친구들을 만난 자리서 고대했던 뉴욕 근무가 이뤄졌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줄 수 있게 된 것. 평소 작업을 혹독하게 비판했던 상사는 이렇게 썼다. “그녀는 나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비서다. 하지만 그녀를 채용하지 않으면 당신은 멍청이다.”<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중에서>

즐거운 수다는 젊음의 노래를 물들인다. 복사꽃 목선을 타고 앞가슴을 향해 미끄러지듯 내려온 화이트 사파이어 목걸이가 깨끗한 청량감을 더했다. 미소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녀는 황금잉어가 마음의 물결 위로 차오르는 열정처럼 나날이 새로워질 것이다. 사랑받기에 충분한, 우아함의 극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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