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이기주의' 의식한 듯 발언수위 조절
다만 김석동 금융위원장과의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는지 '원론적 입장'임을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영국식 금융기관 모형에 따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한 후 금융감독원에 일임하고 있다. 한은의 경우 지난 2009년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라 긴급한 상황에서는 금감원과 공동조사에 나설 수는 있지만,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한 것이 단점이다.
최근 농협 전산망 오류 사태에서도 사건 발생 후 일 주일이 지나서야 금감원 측과 공동조사를 추진해 논란을 빚었다.
한은이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권한이 아닌 단순 조사권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경계하는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김 총재는 "우리가 감독권한을 요구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라며 "최종대부자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이 아무런 정보도 없이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김석동 위원장이 지난 9일 "금융감독권을 아무 기관에나 줄 수 없다"고 말한 데대한 김 총재 나름의 대답으로 해석된다. 단 그는 "만에 하나 표현이 서툴러 '조직의 이기주의'라고 말할까봐 신중하게 단어를 선택하고 있다"며 "일반화시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말할 것이 많지만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안 된다"며 "좋은 결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동안 금감원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 총재는 "공동검사를 해야 하는데,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서 공동검사가 되지 않았을 경우 중앙은행이 책임 져야 할 상황이 온다"며 "안 벌어질 수도 있지만, 한은이 책임져야 하는 일에 대해 정보를 못 받는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전월과 동일한 3.0%로 동결했다. 지난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지난 11월부터 유지됐던 격월 단위의 금리인상 흐름인 '베이비스텝(아기 걸음마와 같은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깼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해 "(베이비스텝은)기계적인 격월간 상승이 아니다"라며 "아직 물가는 안정되지 않았다"고 말해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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