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원장은 국립국어원 개원 20주년을 기념해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언론간담회에서 "온 세상이 영어사회가 돼 가고 있으며, 특히 인터넷을 통한 획일화로 정치,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의 언어에 힘이 집중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또 "우리말을 지키지 못하면 완전히 소멸되진 않더라도 집에서만 쓰는 비공식 언어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정치, 경제적 안정이 계속되면 만주어처럼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필리핀 타갈로그어나 부탄의 종카어처럼 생활언어, 가정언어로 전락하고 정치, 행정, 법률, 학문 등 공식 언어는 영어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국어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언어학계 입장이라고 전제를 달고 대체로 1억 명 이상의 인구가 쓰는 언어는 쉽게 소멸하지 않는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남북한 인구를 합쳐 7600만 명 가량 되므로 한국어를 쓰는 인구가 2400만 명 정도 더 확보되면 소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를 위해 우선 2012년까지 27개 분야의 전문 용어 34만개를 쉬운 우리말로 바꿔 학계와 국민들에게 보급하기로 했다. 또 전국을 9개 권역으로 나눠 유네스코의 소멸위기 언어로 등록된 제주 방언을 비롯한 지역어 보존에 힘을 쏟기로 했다.
권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지식과 용어가 계속 생겨나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국어를 보존하려면 제대로 된 영-한/한-영 자동번역 프로그램 개발이 꼭 필요하다"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정부와 공학자, 국어학자들이 힘을 합쳐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 국민들의 국어 말하기, 쓰기 능력이 뒤떨어지는 편"이라며 "청소년을 비롯한 국민들의 국어 능력 향상과 함께 개방형 한국어 지식대사전 개발 등 국어사용 환경 개선 사업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북분단이 길어짐에 따라 남북간 한국어 이질화 현상을 극복하고 통일이후에 대비한 우리말 발전전략을 연구하는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간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권 원장은 "몇 년 간 중단됐던 남북의 언어학자 회의도 재개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새터민 대상 국어교육과 통일 이후 언어 소통에 불편이 없도록 하기 위한 준비 작업도 함께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개원 20주년을 기념해 '국립국어원 20년사'를 발간했으며, 21일에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 국어원에서 기념식과 기억상자(타임캡슐) 보관 행사를 연다.
황석연 기자 sky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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