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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성공전략이 블루오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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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레보·한경희생과 등 ‘오픈 이노베이션’ 통한 BM 혁신으로 성공 가도

검증된 성공전략이 블루오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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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쾅 쿵쾅’, 망치 소리가 활기차다. 못질을 하고, 대패로 골격을 다듬는 작업이 점입가경이다. 인도의 타타자동차부터, 대한민국의 아이레보까지, 주요 기업들이 땀을 흘리며 몰두하는 작업 대상은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 워크아웃'. 제빵업체들은 커피 산업에 진출하고, 가정용품 업체들은 화장품 산업에 출사표를 던진다. 전선이 따로 없다. 백병전은 치열하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전후방도 사라졌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는 서버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이고, 호텔은 공항 면세 사업에 사활을 건다. 비즈니스 모델 리노베이션은 레드오션 탈출의 즉효약이다. 가볍고 날렵하면서도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격’이다.
요즘 각광받는 비즈니스 모델 재편의 코드가 ‘디버전스(divergence)’,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비즈니스 모델 리노베이션의 양날개이다. 다들 더하고 합칠 궁리를 하지만, 과감하게 한 가지 기능에만 집중하는 것이 디버전스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외부에서 자원을 끌어와 서비스나, 제품을 담금질하는 전략이다.

사업의 설계도(비즈니스 모델)를 뜯어고쳐 레드오션에서 벗어난 강소기업 3인방이 아이레보, ADT캡스, 한경희생활과학이다. 디지털 도어록 업체인 아이레보는 유통망에 일대 변화를 꾀해 블루오션으로 달려간 선두주자이다. 하지만 이 작업이 결코 간단했던 것은 아니다.


아이레보, 델(Dell) 전략채용 위기 탈출
지난 2005년, 디지털 도어록 시장에는 군소업체 50여개가 경쟁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레드오션 시장이었다. 이 분야의 시장규모는 불과 1000억여원. 대기업들이 잇달아 시장에 진출하며, 중소 업체들은 존폐의 위기로 내몰렸다. 선도주자인 아이레보에도 위기는 빠른 속도로 찾아왔다.

이 회사가 개발한 첨단 기술들은 빠른 속도로 범용기술로 변해갔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가 경고한 이른바 상품화(commodity)는 이 기업을 결코 비껴가지 않았다.

디지털 도어록 업체 아이레보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자사 로고가 찍힌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디지털 도어록 업체 아이레보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자사 로고가 찍힌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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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도어록은 건설사를 통한 B2B 유통이 주종을 이뤘다. 전국 규모의 도매점에 납품을 하면 도매점에서 중간상으로, 판매점으로 유통을 하는 수직구조였다.
이것을 깬 것이 독자 브랜드 프랜차이즈 전략이었다. -아이레보



아이레보가 개발한 자동잠금, 원터치 반도체 키, 슬라이딩 커버 기술이 모두 경쟁사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었다. 아이레보는 유통 구조 변화에서 해답을 엿보았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B2B 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유통망을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B2B유통은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었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전국 규모의 도매점에 납품을 하면 도매점에서 다시 중간상으로, 다시 판매점으로 유통을 하는 수직구조였다. 이 회사가 꺼내든 카드가 독자 브랜드의 고수. 회사측은 건설사 브랜드 제품을 공급하는 OEM을 거부했다.

홈쇼핑업체나 인터넷 쇼핑몰을 비롯한 새로운 유통 라인을 공략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프랜차이즈 형태의 대리점 ‘게이트맨’을 모집했다. 기존의 열쇠업자들을 원군으로 끌어들인 대리점 체계는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모험의 대가는 달콤했다.

이들 점주들은 브랜드를 대외에 알리는 전진기지이자, 이 회사의 독자적인 경영을 뒷받침하는 거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회사 측은 이들 대리점 점주들을 열쇠 전문가이자, 서비스 전문가로 육성하며, 매출 포트폴리오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다.
이 회사 매출의 50% 이상은 대리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열쇠 업자들을 포용한 유통망의 변화는 블루오션 개척의 첫단추였다. 미국의 델 컴퓨터가 업계 수위로 부상한 이면에도 유통부문의 리노베이션이 있었다.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길을 발견한 업체도 있다. 바로 한경희 생활과학이다.


한경희생활과학, C&D전략 빌려 대박행진

한경희 생활과학이 자랑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강점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다. 세계적인 소비재 업체인 프록터앤갬블의 씨앤디(C&D·Connect and Development)’전략이 오픈이노베이션의 백미다.

씨앤디란 말 그대로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인들로부터 아이디어를 구하고, 이를 활용해 비교 우위를 끊임없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연구개발 시스템을 의미한다. 외부의 자원을 끌어다가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담금질하는 것이 이러한 모델의 핵심이다.

이 회사는 국내 중소기업들과 활발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사 상품,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스팀형 청소기는 살균형 청소기로 바뀌고, 살균형 청소기는 다시 아토피 예방, 듀얼 타입 청소기로 진화한다.

한경희생활과학의 히트상품인 클리즈. 이 제품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산물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의 히트상품인 클리즈. 이 제품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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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희생활과학이 자랑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강점은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세계적인 소비재 업체인 프록터앤갬블(P&G)의 씨앤디(C&D·Connect and Development)’전략 채용이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 -한경희생활과학



이 회사의 발 빠른 신제품 개발 속도는 이러한 C&D전략의 과실이다.‘제휴와 협력’은 발빠른 변신의 밑거름이다. 살림살이가 빠듯한 중소기업들이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 판촉을 비롯한 가치사슬의 전 영역에서 나홀로 분전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 회사 나종호 부사장의 설명이다.

중소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는 성장의 원동력이다. 친환경 살균기 ‘클리즈’의 원천 기술도 제휴 중소기업에서 가져온 것. 자사의 핵심 우위를 밑천삼아 경쟁사들과 시너지를 꾀하는 것이 중소기업 생존의 비결이이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의 활용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이 회사는 필요하면 유치원과도 제휴를 한다.

“한경희 아토피 청소기로 살균한 곳’이라는 표식을 단 유명 유치원들이 있습니다. 아토피 스팀 청소기를 무상 지원해주고, 이 표식을 달도록 설득했습니다.” 이 회사의 성공 방정식은 최근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며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업계 강자들에 도전장을 던졌다.

올 한해 예상 매출액은 400억 원. ‘화장품과 화장기기’의 조합은 지금까지 경쟁사에서는 볼 수 없던 색다른 조합이다. 이 조합이 화장품 분야의 틈새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애플의 히트상품인 아이팟도 울프슨(Wolfson), 도시바(Toshiba),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포탈플레이어(Portalplayer) 등의 기술이 결합된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의 과실이다. 빅블루 IBM특허의 수입만으로 지난 2004년 12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타깃 고객을 재정의해 매출 기반을 넓혀나간 성공사례도 눈에 띈다. 보안업체인 ADT캡스가 대표적 사례다.


캡스, 보안업체 전통 고객층을 재정의하다

이혁병 ADT캡스 전사장이 이 회사에 부임한 시기가 지난 2002년. 이 회사 노조는 거의 매년 노사 분규를 일으켰다. 말 그대로 ‘바람 잘 날이 없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았다. 경쟁기업인 무인보안업체 에스원은 이 틈새를 비집고 시장을 맹렬히 잠식해 들어갔다. 무선보안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강점이 뚜렷하다.

무엇보다, 고가의 장비를 수요자의 집이나 건물에 구축해야 한다. 외부인의 침입을 정밀하게 포착하고, 중앙의 관제탑에 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수적. 이상이 발견됐을 때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진입장벽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것이 이 업종의 강점.

ADT캡스의 현장 출동 대원이 여성 고객들에게 기계 조작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ADT캡스의 현장 출동 대원이 여성 고객들에게 기계 조작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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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몰리는 뷰티미용 엑스포를 집중 공략했다.
행사장에 ‘우먼스 ADT부스’를 만들어 부스 전체를 아기자기한 색상으로 꾸미고, 이 회사의 로고를 핑크색으로 만들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었다. 여성 고객들을 위한 특별 사은품도 따로 만들었다. -ADT캡스



“유럽의 무인보안산업의 강자인 첩(Chubb)도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결국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에스원과 캡스의 벽을 결코 넘어설 수 없었던 것. 고객들로서는 가게를 통째로 맡기는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 전 사장이 주목한 변화가 바로 여성 고객들의 부상. 지난 1997년 이후 불어 닥친 자영업 창업 바람의 여파다. 미장원, 유치원, 보습학원, 네일아트숍, 미용실 등은 여풍(女風)이 거센 대표적인 분야다. 이러한 변화는 이 회사의 밸류체인 전 영역에 상당한 압박을 가했다.

새로운 타깃층인 여성고객들은 기계조작에 능한 남성들과는 여러모로 달랐다는 것이 그의 진단. “현장 출동대원들이 여성들과 갈등을 빚는 이유는 기계조작 때문입니다. ‘여기 해제 버튼 누르고 그 다음에 카드를 대달라고 해도 다음날이면 똑같은 이유로 경보장치가 울리곤 했습니다."

이 전 사장은 이 보안업체의 교육시스템도 대폭 뜯어 고쳤다. 그리고 이 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여성심리교육도 실시했다. “여성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감성서비스를 원합니다. 여성들의 특성을 교육하면서 대원들도 친절해지고 배려도 세심해졌습니다.”

그는 여성들이 몰리는 뷰티미용 엑스포를 집중 공략했다. 이 행사장에 '우먼스 ADT부스'를 만들어 부스 전체를 아기자기한 색상으로 꾸미고, 이 회사의 로고를 핑크색으로 만들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었다. 여성용 사은품도 따로 만들 정도로 여성고객을 세심하게 배려했다.

휴대용 머그잔, 핑크색 로고 모양의 USB, 출동대원 제복을 입은 테디 베어, 손거울 등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들을 제작했다. 이 사은품으로 회사 이미지를 부드럽게 바꿔 나갔다. 부수적인 효과도 쏠쏠하다. 소규모 양품점을 운영하던 한 여성고객이 대표적 실례.

이 부근이 출동지역이던 ADT캡스 출동대원의 도움을 몇 차례 얻은 그녀는 이 회사 서비스의 팬을 자처했다. 상가번영회를 상대로 입소문을 열심히 내 준 덕분에, 신규 업소가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비즈니스 모델의 구성 요소는 목표 시장이나 목표 고객의 정의다. 미국의 엔터프라이즈 렌터카는 선발업체인 허츠나 에이비스와는 다른 시장을 공략했다. 공항을 이용하는 고객이 아니라, 차를 도난당한 고객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시장 포지셔닝을 강화해 나간 것이 특징이었다. 이 회사도 여성고객으로 타깃층을 넓혀 고객기반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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