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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파트 계약자들 '시공사 부도나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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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어려워지자 "차라리 시공사 부도내라"...실제 부도난 아파트 계약자들 대부분 '계약해지' 선택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K(45ㆍ여)씨는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지난 2007년 3.3㎡당 1270만원을 주고 김포의 C아파트를 계약했는데 시공사가 지난달 부도를 냈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행정기관에 쫓아가 정상 입주 요구 집회라도 열었겠지만 K씨는 "차라리 속 시원하다"는 표정이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서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비싸져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K씨는 망설일 것 없이 계약 해지를 선택했다.

그는 "계약 당시엔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아파트 가격이 지금은 터무니 없이 비싸보인다"며 "어떻게 할까 고민했었는데 부도가 났다는 소식이 그렇게 반갑더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서 입주자들이 아예 시공사의 부도를 바라는 세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K씨 사례 뿐만 아니라 한창 청라지구에 아파트를 짓고 있는 한 건설업체 관계자도 요즘 계약자들로부터 비슷한 전화를 받고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

이 관계자는 "아파트 값을 깎아 달라고 조르거나 시공이 잘못됐다고 트집을 잡다가 갑자기 '그 회사 아직 부도 안났냐'는 식의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며 "하도 건설시장이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보니 그런 문의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 아파트 계약자들이 시공사의 부도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결국 아파트 가격 하락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07~2008년 분양받은 이후 계속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서 현재는 새 아파트들이 주변 시세보다 비싼 '애물단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계약자 입장에선 정상 입주로 거액을 손해 볼 바에야 차라리 시공사가 부도를 내면 추가 비용 지출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계약금 환급까지 받을 수 있어 '꿩 먹고 알 먹는' 셈이 된다.

또 일부 계약자들의 경우 아파트 가격 하락에 따른 부동산 거래 침체로 살고 있던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집에 입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공사 부도는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건설업체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들의 경우 대부분의 계약자들이 공사 계속 진행 및 정상 입주보다는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 중 부도난 아파트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C아파트의 경우 320여 가구 중 단 한 가구만 정상 입주를 원했고 나머지는 모두 계약 해지를 선택했다"며 "이 아파트 뿐만 아니라 요즘 부도난 시공사의 아파트 계약자들은 대부분 계약 해지를 선택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어 "계약자들이 분양 당시보다 상대적으로 비싸진 아파트 가격이나 기존 주택 미처분 등 입주가 어려워진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시공사의 부도를 환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주택보증 측은 C아파트 계약자 320여 가구를 대상으로 이번 주 중으로 계약금 환급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공정 80%인 아파트는 곧 공매할 계획이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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