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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평생 신념 '인재경영'…막혔던 晩學의 문 활짝 연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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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100년-미래경영3.0
창업주 DNA서 찾는다
<7>한진그룹 조중훈 회장②-끝


가정형편상 못마친 학업, 사학운영으로 완성
한진산업大 개설 직원교육..사재1000억 쾌척

[아시아경제 손현진 기자]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 1층 로비 한 켠에는 '종신지계 막여수인(終身之計 莫如修人)'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한평생 살면서 가장 뜻 있는 일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 고서 관자(管子)에 나오는 이 명언을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은 입버릇처럼 되뇌었다.

조 회장은 생전에 인재경영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회장은 1968년 인하학원을, 1979년에는 한국항공대학교를 인수했다. 정석학원에는 한국항공대학교와 정석항공공업고등학교가 있다.

조 회장은 회고록 '내가 걸어온 길'에서 인하학원을 인수할 당시를 떠올리며 "한일개발 설립과 인천 민자 부두 건설 계획 등 벌여놓은 사업이 많아 사학 운영은 감히 생각도 못할 시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든 여유가 있을 때 좋은 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는 평생토록 좋은 일 한 번 하기도 어렵다'는 마음으로 (사학 운영을)맡아보기로 작정했다"고 말했다.
인하학원을 인수한 그는 가장 먼저 학교 주변을 정리했다. 교정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무허가 주택에 일일이 이주비를 보상해줬다. 또 시유지였던 돌산을 깎아 중ㆍ고등학교 교사를 신축해 화제가 된 바 있다. 2년 여간의 신축 공사 기간 동안 조 회장은 매주 공사 현장을 찾아갔을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조 회장은 당시 쉽지 않은 공사를 강행했던 이유에 대해 "모름지기 공부를 하는 학생은 높은 이상을 갖고 보다 넓게 세상을 봐야 된다고 믿었던 것"이라면서 "시야가 탁 트인 높은 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공부하는 것과 빌딩의 정글 속에서 하늘만 쳐다보고 공부한 학생들과는 호연지기가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학을 운영하는 목적은 육영사업의 보람을 찾는데 그쳐야지 일시적으로 반짝 광이나 내고 보자는 식의 자기 과시적인 지원이나 당장의 과실만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조 회장의 말에서 인재경영에 담긴 그의 진심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조 회장이 인재육성에 관심을 보인 것은 돈이 없어 교육을 포기해야하는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1930년대 후반 조 회장은 부친의 직물점이 부도를 맞으면서 15세의 어린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국비 교육기관이었던 경남 진해의 해원양성소에 들어갔다. 그리고 17살에 일본 고베에 있는 조선소 수습생으로 발탁돼 약 3년간 주경야독을 했다.

조 회장은 스스로 느낀 바를 직접 행동으로 옮겼다. 그는 공부하려는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형편상 그렇지 못한 직원들이 갖고 있는 만학(晩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1988년 한진산업대학(현 정석대학)을 개설했다.

한진산업대학은 2년 동안 8학기를 수료하면 된다. 또 3개월 단위로 연속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대학을 수료한 직원들은 모두 대졸학력으로 인사에 반영하고 있다.

현재 한진산업대학은 2000년 정석대학으로 새롭게 개교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정석대학은 2002년 95명의 첫 졸업생 이후 올해까지 총 806명이 졸업했다. 정석대학 전신인 한진산업대학 졸업생 2429명을 포함하면 총 3235명이 학사 졸업생이 됐다.

조 회장의 인재경영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1972년 봄 타이완 중화학술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1987년에는 프랑스 루앙대학에서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1995년 4월 한국해양대학교에서 명예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 회장은 소년 시절 정규 학업을 중단한 채 해양대의 전신인 진해해원양성소를 다닌 적이 있어 모교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해양대학교 학위가 가장 뜻 깊었다고 회상했다.

조 회장은 생전에 모은 사재 가운데 1000억 원을 공익재단과 그룹 계열사에 기부했다. 그 중 500억 원은 수송ㆍ물류연구발전과 육영사업기금으로 학교법인 인하학원과 정석학원, 재단법인 21세기한국연구(현 일우재단) 등 세 곳에 나뉘어 전달됐다. 인하학원기부금은 조 회장이 생전에 애착을 보였던 최첨단 전자도서관인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 건립 기금으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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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진 기자 ever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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